시력 빈곤자, 이제는 국가가 나설 차례

훼손된 안경렌즈, 국민의 삶과 자긍심도 훼손 과잉진료에 실손보험 휘청, 정작 기본적인 시력교정 수단은 보험에서 제외

2025-10-23     안광석 기자

K-방산, K-푸드, K-컬쳐. 식민지배와 동족상잔의 비극을 딛고 일어선 대한민국은 세계의 부러움을 사는 국가로 발전했다. 그러나 압축성장을 이뤄내다 보니 취약한 분야도 존재한다.

특히,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불편한 시야를 감내하고 살아가는 시력 빈곤자는 아픈 단면 중 하나다. 국민 눈 건강을 책임지는 안보건 전문가로서 우리 안경사들이 나눔과 봉사에 앞장서고 있는 이유다. 

운동화, 구두 한 켤레면 충분했던 시절에도 안경은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했다. 그래도 안경이 부러지거나 깨지면 다른 씀씀이를 줄여서라도 장만하는 게 안경이었다. 시력의 중요성은 둘째치고, 구두는 허름할지 몰라도 깨진 안경을 쓰고 다니는 사람들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진국에 진입한 현재, 시력 빈곤자는 오히려 많아졌다. 신발과 옷가지엔 돈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안경을 구매하는 건 망설이고 있어서다. 부러지거나 깨지지 않으면 새로 사지 않았던 그 시절의 사고가 각인되어 있어서다.

무거운 유리 대신 가볍고 깨지지 않는 플라스틱으로 안경알이 바뀌었음에도 말이다. 문제는 렌즈 표면의 코팅이 1~2년 지나면 훼손된다는 사실이다. 손상된 코팅은 시야를 흐리게 할 뿐 아니라 빛 번짐으로 인한 두통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유럽이나 영미권에서 개인당 연간 1~2개의 안경을 보험으로 지원하는 이유다. 코팅이 손상된 안경렌즈의 위해성을 인정하고 있어서다. 

반면 대한민국은 준조세인 건강보험료를 내면서도 의료기기인 안경에는 보험이 적용되질 않는다. 국민의 70%가 안경 또는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고 있지만 말이다. 

“국민 눈 건강을 책임지는 안보건 전문가로서 안경사들의 봉사활동이 활발한 이유는 그만큼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시력 빈곤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경기도의 한 원장은 “눈이 편해야 국민의 삶도 편안해진다. 고가의 렌즈 삽입술은 실손보험이 적용되는데 정작 기본적인 시력교정 수단인 안경이 보험에서 제외되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덧붙였다.

안경 보험을 직역 간의 이해문제가 아닌, 시력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단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민생개선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은 고조되기 마련”이라는 업계 관계자 역시 “굴절검사 등 안경사의 업권 강화 못지않게 안경 교체 시기를 놓치고 있는 시력 빈곤 문제를 국회에 알릴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한다. 안경사가 아닌 국회의원의 눈높이로 다가서자는 주장이다. 

특히, 지자체에서 소외계층 아동을 돕는 ‘드림스타트’ 사업이나 의료취약 지역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찾아가는 왕진버스’ 등에 안경 지원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만큼 시력 빈곤에 허덕이는 이들이 많다는 걸 반증해서다.

어느새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대한민국. 국회도 이제는 외면하기 어려울 터다. 우리 사회에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불편한 시야를 감내하고 살아가는 시력 빈곤자들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는 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