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로조 학술기고2] 실리콘 하이드로겔 렌즈의 출시와 임상적 의미
하이드로겔 소재 렌즈는 뛰어난 착용감을 제공한 것은 사실이지만, 재질 자체의 한계로 인하여 산소투과율을 향상시키는데는 한계가 존재했다. 이를 조금이라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함수율을 높이는 노력이 있었지만, 이는 침전물 생성이 많아졌으며, 특히나 눈물 성분의 단백질이 렌즈 표면에 부착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새로운 소재 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실리콘 소재는 산소 투과율이 높다는 점은 매우 명확했지만, 실리콘 고분자 자체가 본질적으로 소수성이며, 안구 내에서 눈물층과 조화를 이룰수 없다는 것과 기존의 친수성 고분자에 섞는 방법으로는 투명한 렌즈를 만드는 것이 어려웠던 것이 풀어야 할 숙제였으며, 이 과제를 해결하기까지 거의 20년의 시간이 걸리게 된다.
1999년 최초의 한달용(30일 연속착용) 실리콘 하이드로겔 콘택트렌즈(CIBA Focus Night & Day, lotrafilcon A)가 유럽 시장에 처음 출시되게 된다. 이 최초의 렌즈는 Dk/t = 175 ×10⁻⁹로 기존 권고되었던 임상적 기준을 충분히 만족하는 수준이었으며, 기존 고함수율 하이드로겔 렌즈에 비해 6~8배 높은 산소투과율을 가지고 있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출시한 Bausch + Lomb사의 PureVision (balafilcon A)도 Dk/t = 101 ×10⁻⁹으로 Holden과 Mertz권장기준에 만족했다. 결과적으로 연속착용으로 인한 저산소성 각막부종·혈관신생이 현저하게 감소했고, 실리콘 하이드로겔 렌즈가 연속착용 및 일상적인 착용의 기준으로 자리를 잡는 계기가 되었다.
실리콘 하이드로겔 렌즈의 시장 출시는 착용 시간이 긴 사용자에게는 희소식이었으며, 이를 처방하는 안경사의 입장에서도 매우 반가운 소식이었다. 특히나 실리콘 하이드로겔 렌즈는 임상적으로 아래와 같이 여러 가지 측면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 저산소증(Hypoxia)으로 인한 부작용의 해소
실리콘 하이드로겔 렌즈가 출시된 후 불과 몇 년 만에 이 소재가 저산소증(hypoxia)과 관련된 부작용을 효과적으로 감소시켜 준다는 것을 증명했다. 예를 들어, 연속착용 렌즈에서 흔히 관찰되던 각막 미세낭(microcysts), 세포 다형화(polymegethism), 각막 주름등의 변화가 더 이상 보고되지 않았다. 또한 각막 대사의 이상의 신호인 각막 주변부 신생혈관(peripheral neovascularization)의 발생 빈도와 증상정도가 현저히 감소했다.
또한 신생혈관 형성의 전조증상으로 윤부충혈(limbal hyperemia)이 지적되어 왔는데, 이는 기존의 하이드로겔 렌즈에서는 매일착용과 연속착용 모두에서 불가피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실리콘 하이드로겔 렌즈의 등장으로, 이러한 충혈 현상이 사실상 산소 부족으로 인한 현상임이 입증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산소투과율이 높은 렌즈를 사용함으로써 이런 부작용 현상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 물리적 마찰 (Mechanical interaction)로 인한 불편한 착용감
실리콘 하이드로겔 렌즈가 저산소증과 관련된 부작용에 대한 부담을 성공적으로 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초 세대의 실리콘 하이드로겔 렌즈에서는 저산소증(hypoxia)과는 관련 없는 몇 가지 임상적 문제가 관찰되었다. 가장 먼저 대두되었던 문제는 탄성계수(modulus)가 기존 하이드로겔 재질에 비해서 약 2~3배 높아, 불편한 착용감에 대한 의견이 다수 제기되었으며, 상피 상부의 아치형 병변(superior epithelial arcuate lesions)이 보고되기도 하였다.
이 두 경우 모두에서 렌즈 피팅을 조정하면 해결 할 수 있는 문제였으나, 여러 개의 곡률반경(base curve)을 만드는 것은 제조과정상 경제성이 부족하여, 탄성계수를 낮추는 것이 가장 유익한 방법임을 시사했다. 이후 세대의 렌즈들은 이러한 피드백에 기반하여 개발되었으며, 그 결과 현재 시판 중인 많은 실리콘하이드로겔 렌즈의 탄성계수(modulus)는 기존 하이드로겔 수준에 근접하여 초기 착용감에 차이가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 미생물 각막염(Microbial keratitis)의 발생 원인에 대한 분석
콘택트렌즈 착용 관련한 부작용 중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미생물 각막 감염이다. 그리고, 실리콘 하이드로겔 재질의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각막 감염(corneal infection) 발생률의 감소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제로는 발생률의 감소가 일어나지 않았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 수행된 개별 연구들에서 모두 실리콘 하이드로겔 렌즈 착용자에서의 각막 감염률이 실리콘 하이드로겔 렌즈 도입 이전과 차이가 없었다는 데 일치하는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다기관 연구에서 하이드로겔 콘택트렌즈 착용자의 세균각막염(bacterial keratitis) 및 중증 감염 위험 요인을 분석한 결과, 렌즈 재질(SiHy vs. 다른 하이드로겔)이나 교체 주기(일회용 daily disposable vs. 재사용 reusable)와 세균각막염 발생 간에는 유의한 연관성이 없었다고 보고했다.
따라서 렌즈 착용과 관련된 각막감염의 주원인은 산소부족이 아니라 렌즈 위생·착용습관 등 산소투과 이외의 요인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연속착용 (overnight wear) 중 발생하는 콘택트렌즈 관련 감염의 주요 원인이 저산소증이 아님을 시사했고, 이에 연속착용(extended wear) 피팅을 지양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더 위생적이고, 안전한 방식으로 착용을 하고자 한다면, 실리콘 하이드로겔 소재를 일회용으로 착용하도록 하고, 교체주기를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 관리용액과의 상호작용
실리콘 하이드로겔 렌즈의 출시는 별도의 관리 없이 연속착용(extended wear)이 가능하다라는 것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각막 감염 관련 연구에서 연속착용에 대해서 임상적으로 다소 부정적인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다시 매일착용 방식이 권장되었다. 이는 매일 밤 렌즈를 소독하고 관리해야 했기에, 렌즈 관리용액에 대한 수요도 증가했다.
하지만 기존에 사용하던 소독용 용액(disinfecting solutions)이 실리콘소재 렌즈에도 그대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예상치 못한 ‘비호환성(incompatibility)’ 문제가 나타났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소독제 성분(biocide)의 흡수와 방출 특성은 하이드로겔과 실리콘 하이드로겔 사이에서 뚜렷하게 다르며, 이 차이는 특정 보존제가 함유된 용액(preserved solutions)을 사용할 때 렌즈 재질과 안구 표면(ocular surface) 사이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이후, 특별한 증상이 없고, 일시적이지만 표층 상피 염색(superficial epithelial staining)이 발생했다는 연구 보고가 있었다. 이 현상은 이후 용액 유발 각막 염색(solution-induced corneal staining, SICS)으로 불리게 되었다. 문제의 심각도가 사용된 용액과 렌즈의 조합(solution/lens combination)에 따라 달랐으며,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생기기도 하였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SICS와 각막 감염(corneal infection) 사이에는 어떠한 연관성도 보고되지 않았고, 우려가 근거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 침전물
실리콘 하이드로겔 렌즈는 하이드로겔 렌즈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질 침전물(lipid deposition)이 많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지질 침전물로 인하여 임상적인 부작용을 야기한다는 보고는 없다. 더군다나 한 연구에서는 오히려 추가적인 지질 성분이 착용감에 감소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일회용 렌즈의 사용이 많아지고 있는 측면에서, 많은 지질 침전물 생성으로 인한 불편함 혹은 착용감 저하는 쉽게 관리될 수 있는 부분이다.
■ 실리콘 하이드로겔 소재를 통한 컬러 콘택트렌즈의 착용 시간 증가
최근 컬러 콘택트렌즈는 대부분 색소를 샌드위치 방식으로 구현하고 있어, 각막과의 직접적인 접촉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컬러 콘택트렌즈에서는 렌즈 내의 색소층이 수분의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지가 있어, 같은 소재라도 색소로 인하여 실제 각막에 전달되는 산소전달량은 감소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하이드로겔 소재의 컬러 콘택트렌즈의 권장 시간은 기존 투명렌즈에 비해서 2~4시간 적게 착용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지만, 실제 아침에 착용해서 일과 시간을 감안하면 최소 8시간 이상 착용이 불가피하게 된다.
반면 실리콘하이드로겔 소재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소재자체의 Dk 절대치가 커서 산소전달량이 높으며, 추가적으로 렌즈내 실리콘체인을 따라 산소가 전달되는 구조로, 렌즈 내의 수분 흐름에 대한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게 되어, 저산소로 인한 부작용의 우려가 적다고 할 수 있다. 국내 혹은 세계적으로 콘택트렌즈 일일 착용시간을 보면 적게는 8시간에서 많게는 12시간 정도로 조사되고 있는데, 실리콘 하이드로겔 소재의 컬러렌즈는 이런 장시간의 착용에 분명히 유리한 측면이 있다.
실리콘하이드로겔 콘택트렌즈의 혁신과 임상적 시사점
▣ 산소투과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 함수율은 낮게 유지함으로써 저산소증으로 인한 문제 해결과 렌즈 내 침전물 문제를 해결
▣ 저산소증 관련 증상은 현저히 감소했으나 초기 실리콘 하이드로겔 렌즈는 착용감 저하의 문제가 존재했으며, 미생물 각막염 발생비율은 여전히 비슷한 정도로 유지되었음
▣ 실리콘 하이드로겔 소재의 컬러 콘택트렌즈는 소재 자체의 높은 산소투과율, 그리고 색소층에 대한 영향이 미미하여, 장시간 착용에 적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