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검안실 갖춰 전문성 높이자

‘서비스산업 선진화’ ‘일반인 법인안경원 개설 허용’ ‘한-EU FTA 협정 체결’ ‘안경사 국가시험 전형방식 변경’ ‘콘택트렌즈 관련 고발방송’. 지난해 우리나라 안경계가 맞닥뜨린 여러 문제 가운데 일부다. 2008년 말 시작된 금융위기 여파로 불황의 늪에 빠진 안경계는 이중의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일부에서는 안경사들이 전문가로서의 자부심을 뒤로 한 채 하루하루 매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영세 자영업자로 전락했다는 자조가 팽배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편에서는 안경사의 전문성을 되살리고 강화함으로써 업계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적극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소비자 needs에 부응하면서 시력전문가로서의 전문성을 끌어올려야만 우리나라 안경산업 전체가 도약할 수 있다는 자각에서 나온다. 본지는 안경사들과 동반발전을 지향하는 관련기업 및 학계와 손잡고 안경계 살리기 캠페인을 진행한다. 


 안경을 맞추는 고객들은 크게 3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첫째는 자신이 원하는 테를 고르는 일이고 둘째는 검안과정을 거쳐 정확한 시력을 알아보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여러 시험용 렌즈를 통해 최종적으로 렌즈도수를 결정한 뒤 안경사의 권유에 따라 렌즈까지 선택, 조제·가공을 기다리게 된다.

이 가운데 고객이 가장 중점을 두는 단계는 바로 첫번째, 어떤 테를 고르냐는 문제다.

안경원 고객, 안경 고르기 3단계

안경원을 찾는 고객들은 무엇보다 먼저 수많은 테가 진열된 디스플레이에 눈길을 보낸다. 시력보정을 위해 안경을 쓰지만 일단 어떤 테를 고를까에 집중하게 된다. 안경사의 유도에 따라 검안을 진행하는 일은 오히려 부수적인 일이 된다.

보통 10여년 이상 안경을 쓰던 고객에게 검안은 매우 단순한 형식적인 과정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동안 적어도 5~7회는 반복해온 일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안경사는 테의 선택을 도와주고 정해진 절차를 거쳐 적당한 안경렌즈를 골라 완성된 안경을 ‘판매’하는 기능인으로 인식된다.

과거 본지 조사 결과 설문에 응한 900여 명의 시민 중 68.8%가 안경사를 전문기능인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안경사를 의료기사법에 의해 정해진 보건의료인이라고 인식하는 시민은 전체 21.3%에 불과했다. 충격적인 사실은 심지어 ‘상인일뿐이다’라는 응답도 3.7%나 나왔다는 사실이다.

더욱 우려되는 일은 2년 전 해당 조사 당시부터 현재까지 안경사들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지난해부터 지상파 방송을 통해 콘택트렌즈 문제가 잇따라 보도되면서 일부 안경사의 부정적인 모습만 크게 부각됐다.

안경사들이 ‘상인일뿐이다’라는 잘못된 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첩경은 법적으로 규정된 전문인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일선 안경원의 많은 안경사들이 이같은 사실을 인식하고 있으며 보다 깊은 전문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인식은 각각의 안경사들 노력만으로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전문기능인과 보건의료인의 차이

전문적 이론과 기술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의 변화가 대중들에게 인식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안경사의 전문성을 뒷받침 할 수 있는 물리적인 변화를 추진하고 실행해야 한다.
전국의 모든 안경원은 이미 그 해결책을 갖고 있다.

병원의 진료실과 같은 독립된 ‘검안실’을 갖추는 일이다. 이미 일부 안경원에서는 외부공간과 구분되는 검안실을 설치, 고객들의 검안을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그렇지 못한 곳도 적지 않다. 안경테 등을 디스플레이 한 홀의 한 켠에서 시력검사를 진행하는 곳이 태반이다.

이런 안경원에서 고객들은 테를 고르는 일과 시력검사를 받는 일의 비중을 거의 동일하게 생각하게 된다. 안경사로서도 개방된 공간에서 진행되는 검안 과정에 보다 전문적인 고객 문진 등을 진행하기 어렵다. 짧게는 2~3분만에 피검자의 시력을 출력하는 것으로 검안과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이후 몇 가지 과정을 더 거치게 되지만 고객들이 안경사를 전문적인 보건의료인이라고 인식하기엔 너무 단순한 업무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고객을 독립된 검안실로 유도한 뒤 시력에 대한 문진부터 시작해 우위안 검사 등 단순 굴절검사 외 몇 가지 검사만 추가해도 해당 안경사는 쉽게 차별화된다.

검안과정에서 간단한 문진은 특히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안경인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당뇨병 환자의 혈당치에 따른 근시안 변화 등을 짚어내는 일도 검안실에서 이루어질 때 고객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게 된다.

안경원의 핵심공간은 ‘검안실’

최근 한 안과 병원이 주장하는 ‘안경 착용자 5명 중 1명은 과교정, 또는 저교정 렌즈를 끼고 있다’는 주장 가운데 과교정은 당뇨환자 등에게 자주 발생하는 사례다. 많은 안경사들이 이러한 사례를 막기 위해 간단한 문진을 진행하고 있으나 검안실도 없는 환경에서 세심한 상담을 진행하긴 어렵다.

호주 검안학 박사로 직접 안경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재도 교수는 완전히 폐쇄된 검안실을 갖추고 ‘consulting room’으로 이름 붙였다. 안경원마다 이와 같은 공간을 마련한 뒤 ‘검안실’이나 ‘consulting room’으로 활용할 경우 일반 시민들도 테를 고르는 일과 검안을 받는 일을 명확하게 구분하게 된다.

검안실에 들어설 때는 시력보정이 필요한 피검자로서 안 전문가에게 진단을 받는 ‘준환자’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이렇게 할 때 안경사들은 모두 보건의료인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검안실은 두껍지 않은 벽 하나로 전체 안경원 공간과 구분 짓는 작은 공간이지만 여기서 파생되는 의미는 안경계 전체를 뒤바꿀 만큼 엄청난 의미를 포함한다. 병원에서 전체 면적 가운데 가장 좁은 진료실이 핵심적인 공간인 것과 마찬가지로 안경원의 핵은 바로 검안실이다.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맞추기 위해 안경원을 찾는 고객들이 가장 큰 비중을 두는 과정도 테를 고르는 일이 아닌 검안실에서 철저한 검안을 받는 일로 바꿔야 한다. 그 첫걸음이 바로 모든 안경원에 검안실을 갖추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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