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안, 조제·가공비 당당히 청구하기

‘안경은 부르는 게 값’, ‘폭리를 취하는 안경사 집단’, ‘안경 값, 달라는 대로 다 주면 바보…’
일부 시민들이 가진 선입견들이다. 정찰제가 아직 정착되지 않은 안경업계는 이러한 여론의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일부 안경원은 무분별한 할인 경쟁으로 여론 악화를 자초하기도 한다. 이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안경원은 의료기기를 처방하는 전문적인 면모보다 이익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안경가게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

‘폭리 안경원’ 이미지 해소 방안

안경계의 이미지 쇄신을 위한 노력도 일부 있으나 대부분 안경제품 가격에는 점포 임대료나 재고 부담분, 인건비, 감가상각 등이 포함된 것이라는 항변에 그치고 있다. 검안과 조제·가공 등 안경사의 전문 능력에 대한 수수료 개념은 언급되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일부 안과 병·의원에서는 안경원에서의 검안이 부실하다는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대부분의 안과 병·의원에서 근무하는 이른바 검안사가 안경사들이고 검안 장비도 일선 안경원보다 우수하지 않다는 사실을 시민들은 전혀 모른다.

안과 병·의원에서는 검안을 포함한 진료비를 당당히 청구한다. 반면 안경원에서는 고객이 검안 전후 테를 고르고 원하는 가격대를 제시하면 안경사가 적당한 렌즈를 추천한다.

안경을 맞춘 고객 가운데 일부는 안경사가 안경테나 렌즈 가격을 부풀려 폭리를 취한다는 생각에 가격 흥정을 하기도 한다. 안경테와 렌즈 가격을 뺀 나머지 기술적 요소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비싼’ 안경을 맞추는 만큼, 당연히 받아야 할 서비스로 여기는 것이다.

안경사는 3~4년 동안 대학에서 공부한 안경광학 관련 전문지식을 전혀 인정받지 못하는 셈이다. 정상적인 안경 가격의 책정 순서는 ‘검안비>조제가공료>안경렌즈≥안경테’ 순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안경사의 전문 기술료 측면에서가 아닌 경제논리로 보아도 타당성을 내세울 수 있다.

안경가격 책정 순서부터 바로잡아야

안경원 개설을 위한 초기 투자분에서 검안과 조제·가공에 필요한 광학기기 구입비가 점포 임대료를 이어 2위를 차지한다.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안경원은 최소 광학기기만 갖추는데도 약 5천여만원을 투자해야 한다.

모든 상품 구색을 맞추는 데도 4~5천만원이 들게 된다. 이를 개별 제품 가격으로 떼어 생각하면 수십만원 정도에 그치는 안경테, 렌즈보다 굴절검사기 등 광학기기 가격이 월등히 높다. 또 최근 본지 조사에 따르면 3~5년만에 광학기기 일부를 교체한다는 응답 비율이 54.33%에 달했다.

안경사 입장에서 경제논리를 따진다면 정확한 검안과 처방, 조제·가공을 위한 투자분만 생각해도 검안료 등의 비중을 크게 높여야 한다. 따라서 안경계가 서둘러야 할 일은 이같은 경제논리와 기술적 독자성을 일반에게 알리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검안과정의 전문성을 모든 안경원에서 끌어올려야 한다. 전과 다른 검안을 받고 깊이 있는 상담을 받은 고객들은 비로소 안경사의 전문성을 인식하게 된다. 또 안경사의 전문성을 고객들이 인식하게 된다면 안경 가격에 포함된 검안 및 조제·가공 수수료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더 나간다면 아예 검안료와 조제·가공료, 피팅 수수료까지 별도 청구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공식 수수료 책정, 검안만 받고 안경을 맞추지 않는 고객에게도 청구할 수 있고, 타 매장에서 선글라스를 구입한 뒤 피팅을 의뢰하는 고객에게 별도의 수수료를 받을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업계 전체의 공감대 형성과 공동 노력이 필수적이다. 모든 안경사들이 대한안경사협회 등을 구심점으로 똘똘 뭉쳐 통일된 안을 마련하고 실천해야만 업계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 검안과 조제·가공료 청구는 단순한 수익성 차원뿐만 아니라 안경사의 전문성을 인정받는 수단이 된다. ‘폭리를 취하는 집단’이라는 과장된 폄하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경제논리 따져도 검안료 청구 근거 충분

최근 안경계는 폭리에 따른 수익성은 커녕 안경 관련제품 가격 폭락이라는 위기를 맞고 있다. 생활물가지수는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지만 안경 상품 가격은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2002부터 2010년까지 생활물가지수는30%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일부 안경렌즈 가격은 40%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초점 안경렌즈의 경우 안경원 소매가격이 2002년 5~6만원 선이었으나 최근 1만원대로 추락했다.

안경원으로서는 생활물가지수 상승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으면서 실제 수입은 크게 감소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안경계에서는 이러한 이증고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부가가치 전략을 시도하고 있으나 이는 안경사의 전문성이 뒷받침할 때 효력을 얻을 수 있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바로 안경사의 전문성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검안과 조제·가공이다. 검안 및 조제·가공료 청구는 고객들에게 안경사 전문성을 가장 빨리, 강력하게 인식시키는 방안이다.

이와 함께 안경원 폭리 의혹을 잠재우는 것과 동시에 안정적인 수칙창출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검안료와 조제·가공료의 공인화와 당당하게 청구하는 시도는 가급적 빨리 시행해야 할 안경계의 1차 과제다. 모든 안경사들의 공동 노력과 대응이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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