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콘택트렌즈 처방부터 관리까지 주치 안경사가 되자

‘서비스산업 선진화’ ‘일반인 법인안경원 개설 허용’ ‘한-EU FTA 협정 체결’ ‘안경사 국가시험 전형방식 변경’ ‘콘택트렌즈 관련 고발방송’. 지난해 우리나라 안경계가 맞닥뜨린 여러 문제 가운데 일부다. 2008년 말 시작된 금융위기 여파로 불황의 늪에 빠진 안경계는 이중의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일부에서는 안경사들이 전문가로서의 자부심을 뒤로 한 채 하루하루 매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영세 자영업자로 전락했다는 자조가 팽배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편에서는 안경사의 전문성을 되살리고 강화함으로써 업계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적극적인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소비자 needs에 부응하면서 시력전문가로서의 전문성을 끌어올려야만 우리나라 안경산업 전체가 도약할 수 있다는 자각에서 나온다. 본지는 안경사들과 동반 발전을 지향하는 관련기업 및 학계와 함께 안경계 살리기 캠페인을 진행한다.

“한국 안경원에서 시급히 개선할 점은 고객의 체어 타임(chair time)이 너무 짧다는 것입니다.”

한 콘택트렌즈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체어 타임은 미국에서 검안사가 고객의 시력과 안 건강 상태를 검사하는 시간을 말한다. 또 기존 고객에 대한 사후관리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과정이다. 우리나라는 안경원에서 고객의 시력을 검사하는데 불과 10여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콘택트렌즈는 더 심하다. 보통 고객들이 직접 착용하던 브랜드와 굴절률을 말하면 잡화 판매하듯 건네주는 것으로 관련 업무를 마무리한다. 이미 우리 안경계에 관행처럼 굳혀진 콘택트렌즈 판매 방식이다. 일부 안경원에서는 품질관리가 제대로 안된 컬러렌즈 등을 무작위로 판매, 지상파 방송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일부 안경원의 소홀한 콘택트렌즈 판매관리는 왜 시작됐을까. 많은 안경사들이 안경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구조 등을 꼽는다. 또 고객들이 스스로 특정 브랜드를 요구하고 안경사의 상담을 부담스러워한다는 점도 내세운다.

그러나 본지 조사결과 콘택트렌즈 착용자 가운데 60% 이상이 구입 시점의 재검안과 안경사 상담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콘택트렌즈에 관한 한 우리나라 안경원의 체어 타임이 짧은 원인이 안경사들에게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현상은 우리나라 콘택트렌즈 처방에 그대로 반영된다.

고객 chair time과 부가가치의 상관관계

비교적 가격대가 높고 그만큼 안경원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토릭렌즈와 멀티포컬, 실리콘하이드로겔 렌즈, RGP렌즈 처방률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꼽히는 실리콘하이드로겔 렌즈(이하 SiH렌즈) 처방률도 미국은 콘택트렌즈 수요의 42%, 유럽과 일본의 경우 30%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10%대에 머물고 있다.

SiH렌즈의 장점은 기존 하드렌즈와 비슷한 산소투과성으로 각막충혈과 각종 눈 질환을 예방하면서도 소프트렌즈와 같은 습윤성을 확보, 착용감이 좋다는 것이다. 처음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는 수요자도 SiH렌즈를 선택할 경우 상대적으로 눈 건강을 지키는데 유리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안경원에서는 SiH렌즈를 적극 처방하지 않는다. 이같은 관행에서 벗어나 콘택트렌즈 착용 고객과의 적극적인 상담과 재검안, 각막 건강 상태에 대한 조언 등을 병행한다면 예상 밖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안경계의 미래 비전으로 꼽히는 주치안경사로서의 위상을 다질 수 있고 첨단 재질의 콘택트렌즈 추천으로 고객 안건강 보호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SiH렌즈 판매율이 높아지면서 안경원 매출 상승효과도 얻게 된다.

미국 SiH렌즈 수요, 우리나라 4배

토릭렌즈 처방률의 경우 미국 등은 전체 콘택트렌즈 수요의 20% 이상, 글로벌 시장은 평균 15.1%에 달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3~5%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난시는 원인에 따라 안경사가 적합한 렌즈를 추천해야 하고 정확한 피팅도 진행해야 한다. 난시 증상은 크게 각막 이상과 수정체 곡률 이상에 따라 발생한다.

현재 안경원에서 활용하는 굴절검사장비는 대부분 각막곡률 등 콘택트렌즈 처방에 필수적인 검사결과가 자동 출력된다. 각막곡률 검사는 법적으로 안경사에게 허용되지 않는 타각식 굴절검사에 해당하지만 굴절검사장비의 자동출력 결과는 예외로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통해 난시축까지 검사, 결과에 맞는 토릭렌즈를 처방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안경원에서 콘택트렌즈 착용자들에게 난시 증상이 발견될 때도 토릭렌즈를 적극 처방하지 않고 있다. 누진다초점렌즈와 같은 멀티포컬렌즈는 처방률이 더욱 낮다.

국내 콘택트렌즈 시장에서 멀티포컬렌즈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 내외. 선진국의 7%에 비해 크게 뒤쳐지는 점유율이다. 반면 전체 시력교정자 2천여만 명 가운데 42세 이상이면 노안증상이 시작되기 때문에 기존 콘택트렌즈 착용자의 상당수가 안경착용으로 돌아서거나 근시교정수술을 받은 뒤 돋보기 안경착용을 병행한다.

멀티포컬렌즈 착용률이 성장하지 않는 이유는 40세 이상까지 콘택트렌즈를 착용해온 사람들 대부분이 각막 건강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일부 콘택트렌즈 수입업체들이 SiH멀티포컬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C/L 처방·고객관리가 미래 성장동력

그러나 이 또한 안경원에서의 체어 타임 연장이 없다면 실패할 공산이 크다. 멀티포컬렌즈 피팅 전 검사로 △굴절검사를 통한 원거리 구면도수와 가입도 측정 △원거리 주시 양안시 상태 확인과 우세안 결정 △정정거리 보정렌즈 원용도수 결정과 난시가 있을 경우 구면 등가 적용 등이 권장된다.

이같은 사전 검사가 필수인 만큼 안경사들의 전문적인 검안과 처방이 필수적이지만 국내 여건상 쉽지 않다는 얘기다. 부가가치가 높은 콘택트렌즈 처방률이 공통적으로 낮은 까닭은 아직 우리나라 안경시장에서 관련 품목이 확실한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거꾸로 볼 때 성장 여지가 그만큼 큰 분야라는 얘기와 같다. 최근 일부 안경원에 콘택트렌즈 부스를 별도로 마련하고 존슨앤드존슨 비전케어 등에서 ‘shop in shop’ 형태의 전용 부스 지원에 나서는 것도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일선 안경원에서 이같은 흐름을 적극 활용, 콘택트렌즈 고객들에 대한 체어 타임 연장에 나선다면 장기적인 발전을 이끄는 바퀴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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