⑩ 안 전문가로서 안경사 파이 키우기

많은 안경사들은 자발적으로 연구·학술단체를 구성, 활발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단체는 한국행동검안학회, 안경사 발전을 위한 모임, 안경사 공부 모임 등이다. 이들 단체는 안경사의 전문성을 높이고 여기서 얻은 이론적 지식을 일선 안경원 현장에 접목한다.

이러한 과정은 정부가 교부한 보건의료분야 면허권자인 안경사들로서는 반드시 동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안경관련 제조업체들의 안경사교육프로그램도 적지 않다.

이들 기업에서 진행하는 교육은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부분이 포함되지만 상당부분은 최신 안광학 관련 정보나 글로벌시장의 제품동향 등으로 구성된다. 안경사들의 자발적인 연구단체나 각 기업에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에서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알아두면 유익한 정보가 아니라 전문가인 안경사로서 꼭 알아야 하는 정보들이다.

안경사 연구·학술단체 활동 활발

일선 안경원에서 진행하는 검안과 처방, 안경 조제·가공은 전문성을 더 할수록 얻어지는 결과물이 달라진다. 고객에게 최선의 시력개선 효과를 제공하게 되고, 안경사로서도 고부가가치 제품을 통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안경사의 지속적인 교육 참여와 연구단체 활동은 의료계에 비추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의사들은 면허를 취득한 뒤 대부분 새로운 의학 정보나 진료 및 치료 기법 습득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전문과별 학술지 구독이나 세미나 참여, 학회 활동 등을 진행한다.

최신 정보와 의학적 기반을 가져야만 제약업체나 의료기 업체와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고 양질의 진료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여년 전 충북 청주시 S이비인후과의 이 모 원장은 80세에 가까운 나이에도 왕성한 진료를 진행했다.

S이비인후과는 오전 8시부터 진료를 시작했으나 새벽부터 먼 길을 달려온 환자들을 위해 7시 무렵 진료실 문을 열었다. 후배 의사들은 이 원장에 대해 오랜 연륜에서 얻어진 노하우로 치료약을 한계치 직전까지 ‘아슬아슬’하게 처방, 치료 성과가 좋을 뿐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원장은 최신 의학정보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 부지런함으로 환자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원장의 환자들이 이비인후과 질환 치료를 위해 새벽밥을 먹고 S이비인후과 찾듯, 안경원 고객들도 보다 정확한 시력교정을 위해 안경사를 찾는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시력교정 대상자는 안경사에 대한 의존성이 크지 않다.
질환에 걸린 환자들이 의사에게 보이는 의존성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일반인의 안경사 전문성 인식은 낮은 수준

많은 안경원 고객들은 집이나 직장에서 가까운 ‘아무 안경원’에나 들러 먼저 테를 고르고 짧은 시간 검안 과정을 거쳐 새 안경을 맞춘다. 안경사의 전문성을 깊이 있게 생각하는 고객은 거의 없다. 이런 고객들일수록 안경렌즈나 테의 원가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검안 과정이나 조제·가공은 안경을 맞출 때 당연히 제공하는 서비스로 여기고 이른바 ‘안경원 폭리’를 의심한다. 안경사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안경사의 전문성 확보와 이를 대중에게 인식시키는 일은 따라서 안경계가 하루빨리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앞서 인용한 여러 안경사 연구단체나 각 기업의 안경사 재교육, 그리고 여기서 얻어진 신정보·기술의 안경원 현장 접목은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들이 안경사를 시력 전문가로 인정한다면 안경사에서 자주 발생하는 가격 흥정이나 할인판매 시비도 사라질 수 있다.

대신 안경사가 고객의 시력에 따라 추천하는 제품을 누구나 받아들이게 된다. 전문가의 권위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근시안경과 돋보기를 함께 사용하는 고객에게는 자연스럽게 누진다초점렌즈를 처방할 수 있고 어린이 고객에게는 근시억제 등 다양한 기능성렌즈를 처방하게 된다.

안경계의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고부가가치 제품을 위주로 한 처방이 자리 잡게 되는 셈이다. 이는 안경사 개개인 모두 이론과 실무에서 전문가적인 자격을 갖춰야 가능한 일이다.

전문성 확보, 고부가성 상품이 파이 획득 지름길

성남시 분당에서 ‘아이필안경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재도 교수(대구정보대)는 “본격적인 검안 능력을 갖춘 안경원이 전국적으로 300여개만 된다면 우리나라 안경계의 판도가 바뀔 것”이라고 장담한 바 있다.

안경사들이 명실상부한 전문가 집단으로 자리 잡을 경우 안경원의 규모에 따른 ‘부익부빈익빈’ 관행도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작은 안경원도 안경사의 전문영역에 따라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의 마케팅 전략을 펼칠 수 있다.

이러한 전문성 확보는 안경원 뿐만 아니라 안경렌즈, 콘택트렌즈 등 관련 제조업체들의 파이도 넓히는 동력이 된다. 값싼 여벌렌즈보다 고가의 기능성렌즈 시장이 확대되면서 기업매출도 크게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안경사의 전문성에 따라 국민 시생활 수준과 안보건 향상에도 크게 기여하게 된다. 한편, 여러 안경사 연구단체에 대해 보완할 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미국 검안학 박사인 소모옵티칼 장만호 대표는 “각 단체 안에서만 논의되는 시과학 정보와 교정방안 등에 대한 객관적·학술적 검증이 필요하다”며 “자칫 잘못할 경우 한가지 잘못된 정보나 처방에 따라 전체적인 단체 활동이 폄하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대한시과학회나 한국안광학회 등 학술단체를 비롯, 세계 유수의 광학·검안학회 등을 주축으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존슨앤드존슨 비전케어의 상설 교육프로그램인 TVCI, 다비치교육원 등 각 기업의 교육·학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전문성 함양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전문성 확보 노력을 게을리 하면서 온라인 유통이나 가격경쟁에만 몰입한다면 안경계는 공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모든 안경사들이 전문가로서 자리 잡게 된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안경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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