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이 변한다는 10년 사이 우리나라 경제·산업환경도 큰 변화를 겪었다. 지난 2~3년 동안 미국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기침체가 지속됐고 우리나라 국민소득구조도 부익부빈익빈 양상이 가속화돼 서민·중산층의 어려움이 커졌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국민 생활수준은 10년 전보다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경제·사회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유독 거꾸로 가는 업종이 안경소매업이다. 안경렌즈 가격만 놓고 볼 때 10년 전인 2000년 한 조에 4~5만원이던 여벌렌즈 가격이 최근에는 1만원 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은 지난 2003년부터 2009년까지 매년 동월비 2.7~4.7% 오르는 추세를 보였다. 소비자 물가는 오르는데 안경 값만 거꾸로 내리막길을 걸어온 셈이다. 흔히 이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각 안경원의 과도한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을 지적한다.

당장 눈 앞의 이익에 급급해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고객을 유인하고 결국 ‘제 발등 찍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를 둘러싸고 대한안경사협회는 적극적인 자정운동을 벌여왔으나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고 멈칫한 상태다.

지금도 일부 시중 안경원들은 어김없이 가격파괴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공정위는 소비자들에게 가급적 싼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장려하는 정책방향을 가진 기관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각 안경원의 출혈경쟁에서 안경가격의 퇴행이 빚어졌다는 지적도 충분한 근거를 갖는다.

그러나 안경가격이 물가와 정반대의 길을 걷는 것은 이런 이유뿐만 아니다. 안경계의 한 쪽에서는 과거 볼 수 없었던 기능성렌즈가 고가에 판매되고 있으며 소비자들도 기꺼이 그 대가를 감수한다. 고가의 맞춤 제품이 시장의 흐름을 지배할 수 있는 여건은 이미 갖춰져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대다수 안경원이 70~80년대와 같은 관행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안경사들이 과거와 달리 치열하게 연구하고 그 결과를 현장에 접목하고 있지만 아직 안경계에 일반화되지는 못하고 있다. 강산이 변하는 사이 순기능으로 작용해야 할 부분은 제자리걸음만 하고 역기능 가운데 하나인 가격파괴만 만연한 것이다.

안경사가 주도하는 안경분야는 전문업종이고 국민들은 대부분 별 거부감 없이 전문업종의 권위를 인정한다. 지난 10년 간 이러한 권위의 바탕을 안경인들 스스로 허물어트리지 않았나 다시 한 번 되돌아보아야 할 시점이다. 안경제품 가격이 떨어진 것과 같이 안경인들의 권위도 함께 추락한다는 사실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안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