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어느 해보다 덥게 느껴진다. 지난 겨울 매서웠던 추위는 아득한 옛 일이 됐고 매일 밤 열대야에 허덕인다. 이런 여름이면 회사가 있는 부산 바닷가에는 전국에서 몰려온 인파로 북적인다.

해운대와 광안리, 부산지역 사람들이 많이 찾는 다대포해수욕장까지 발 디딜 틈이 없다. 해수욕을 즐기는 휴가객들 가운데 태반은 젊은 여성들이다. 해수욕장의 젊은 여성들에게 관심을 보인다고 하면 오해받기 십상이지만 어쩔 수 없이 그녀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이런 관심은 다른 뜻이 있는 게 아니라 직업병의 일종인 셈이다. 콘택트렌즈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까닭에 해수욕장을 찾은 사람들의 눈을 보게 되는 것이다. 많은 여성들이 컬러렌즈나 서클렌즈를 즐겨 착용한다. 특히 해수욕장에서 은연중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싶어 하는 젊은 여성들은 외모 가꾸기에 열심이다.

이런 여성들일수록 평상시 쓰던 미용렌즈를 해수욕장이라고 뺄 가능성이 별로 없다. 오히려 평소 잘 안 쓰던 여성도 보다 돋보이는 외모를 위해 미용렌즈 착용을 시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콘택트렌즈 사용법과는 정반대로 가는 셈이다. 실제로 해수욕장 근처에서 미용렌즈를 착용한 여성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이 수영을 할 때는 일일이 렌즈를 빼는지 모르겠지만 열 명 중 아홉 명은 그대로 쓸 것이라 생각한다. 물에 들어가면서, 더구나 민물도 아닌 소금기 가득한 바닷물에 들어가면서 미용렌즈를 그대로 쓴다는 것은 전문가 입장에서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이럴 경우 각종 눈 질환의 감염에 그대로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미용렌즈를 착용한 채 해수욕을 즐긴 뒤 각막염 등에 걸리면 대부분 안과 의원을 찾게 된다. 안과에서는 당연히 렌즈 착용 때문에 염증이 생겼다는 진단을 내리고 모든 잘못은 미용렌즈 책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용렌즈나 서클렌즈, 시력교정용 렌즈까지 눈 질환의 원인으로 매도되는 사례는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청소년들의 경우 같은 렌즈를 서로 돌려 끼기도 하고, 한 달용 렌즈를 두 달 가까이 착용하는 일도 있다. 심지어 아침 일찍부터 밤늦도록 렌즈를 착용하는 바람에 눈에 무리를 주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럼에도 만에 하나 눈 건강에 이상이 있을 때는 무조건 렌즈 탓만 하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또 이런 부작용은 과장되기 마련이어서 작은 위험도 크게 부풀려 알려지기도 한다. 얼마 전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 서클렌즈가 인기를 얻으면서 여러 현지 매체는 실명할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집중 포화를 날리기도 했다.

이 가운데 한국산 렌즈가 많다고 주장, 국내 콘택트렌즈 업체의 제품 품질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다. 신기술 개발과 보다 우수한 품질의 콘택트렌즈 제조업체들로서는 억울한 일이다. 특히 부적절한 착용에 따른 피해마저 제조업체 탓만 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이러한 보도가 되풀이 된다면 업계 종사자들의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관련 업계 종사자로서 가장 큰 아쉬움은 여러 매체에서 먼저 올바른 렌즈 착용 요령 준수의 필요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을지 모를 부작용만 강조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연례행사처럼 콘택트렌즈 착용에 따른 부작용 문제가 언론에 거론된다.

이런 보도에 앞서 해수욕장에 가는 휴가객은 제발 콘택트렌즈 착용을 잠시 멀리하라는 계도부터 해주었으면 좋겠다. 대다수 콘택트렌즈 제조업체들은 묵묵히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한 여름 더위 속에서도 묵묵히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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