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택트렌즈의 미래

 

‘미디어는 메시지다.’

 

커뮤니케이션 학자 마셜 맥루한이 그의 책 <미디어의 이해>에서 던진 명제다. 그가 생각한 미디어는 신문이나 방송과 같은 매스미디어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매스미디어는 미디어의 하위범주에 불과하고, 문자, 숫자, 옷, 집, 화폐, 시계, 인쇄, 만화, 자전거, 비행기, 자동차 , 게임, 전신, 타자기, 전화, 무기, 자동화 등 인간이 만든 기술이나 도구까지 모두 미디어라는게 그의 생각이다. 즉, 인체의 신체 및 감각 기관을 확장하는 것은 모두 미디어라는 주장이다.

이는 ‘미디어는 인간 오감의 확장이다’라고 정리 할 수 있다. 가령, 차량이나 자전거는 다리의 확장이고, 옷은 피부의 확장이며, 인터넷(전자회로)은 중추신경 계통의 확장이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이나 발명도 인체의 기능을 확장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미디어로 볼 수 있다.

콘택트렌즈는 시각의 확장

이런 관점에서 콘택트렌즈는 시각의 확장이다. 안경도 비슷한 맥락이다. 미학자 프랑크 에브라르는 그의 책 <안경의 에로티시즘>에서 “안경은 피부에 밀착됨으로써, 눈 주위에 집결됨으로써 유기체와 분리될 수 없는 실체가 되어 몸을 확장하는 장신구가 된다”고 본다.

넓은 의미에서 콘택트렌즈를 사이보그(cyborg)로 보는 관점도 있다. 사이보그는 사이버네틱(cybernetic)과 오가니즘(organism)의 합성어로, 기계적 장치로 능력을 향상 시킨 생명체를 말한다. 뇌를 제외한 의족, 의수, 인공심장이 그 예다.

‘진보’의 시선으로도 콘택트렌즈를 파악한다. 과학기술전문지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버지니아 포스트렐은 “콘택트렌즈는 진보의 수요측면”이라면서 “불만족이 혁신과 개선을 낳은 시행착오의 과정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그는 또 “언젠가 우리는 콘택트렌즈가 컴퓨터 스크린과 교통 안내판 역할을 해주기를 원할 것이고 적외선도 보고 밤에도 사물을 볼 수 있게 해주기를 원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버지니아 포스트렐의 희망은 현실이 되고 있다.

미국 ‘이노베가’는 사물도 보고, 초대형 TV를 볼 수 있는 초근접 포커싱 콘택트렌즈 ‘아이옵틱(iOptik)’을 최근 선보였다. 이 제품은 군용과 소비자용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눈으로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는 콘택트렌즈 겸용 디스플레이도 개발됐다.

콘택트렌즈는 의료진단에도 쓰일 수 있다. 안압 측정기를 탑재한 스위스 ‘센시메드’의 콘택트렌즈는 이미 유럽에서 사용되고 있다. 안약 점안용 콘택트렌즈와 혈중 산소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콘택트렌즈도 개발중이다. 싱가폴에서는 이중초점렌즈 근시 치료용 렌즈의 효과가 입증되었다.

즉, 현재의 콘택트렌즈가 시력 교정에만 신경썼다면 ‘스마트 콘택트렌즈’는 첨단 기술과 결합해 다양한 정보와 헬스케어시스템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콘택트렌즈는 사기도박단에서도 쓰고 있다. 지난해 5월, 포항남부경찰서는 특수 렌즈와 카드를 이용해 사기도박을 벌인 전문도박단을 검거했다. 이들은 특수표시가 된 카드를 볼 수 있는 콘텍트렌즈인 일명 ‘렌즈카드’를 사용했다.

콘택트렌즈는 사람만 착용하는 게 아니다. 네덜란드 아르티스 동물원의 올해 45세인 한 코끼리는 최근 콘택트렌즈를 착용했다. 말(馬)은 이전부터 콘택트렌즈를 착용했었다.

스마트 콘택트렌즈시대 도래

스마트 콘택트렌즈시대 도래

 

이처럼 콘택트렌즈는 다양한 첨단 기술과 컨버전스(convergence)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콘택트렌즈 기술은 어느 수준까지 도달했을까.

콘택트렌즈 권위자인 브라이언 홀덴 ‘브라이언 홀든 비전 연구소(the Brien Holden Vision Institute, 옛 the Institute for Eye Research)’ 박사는 ‘완벽한 콘택트렌즈의 조건’이라는 제목으로 콘택트렌즈의 기술 목표와 성과를 측정한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매우 높은 산소 침투와 산소투과성’은 90%, ‘재생산성이 높고, 효율성’은 85%, ‘완벽한 광학적 디자인과 성능’은 80% 수준까지 이른것으로 보았다. 또 ‘하루종일 완벽하게 편안한 착용감(소프트)’, ‘습윤성이 좋고 매끄러움’, ‘자외선 차단과 변색성’은 60% 수준으로 분석했다.

‘멀티포컬을 포함한 모든 나이대 사용 가능성’, ‘어떤 렌즈 관리용액과의 호환성’, ‘생산 비용이 적음’은 50% 정도로 보았다.

반면 ‘근시억제’는 10%에 그쳤고, ‘항균성’과 ‘감염을 포함한 그 어떤 부작용도 없음’은 0%로 파악했다.

소비자 변화를 파악해야

국내에서도 콘택트렌즈의 미래에 관심을 갖고 있다.

김재민 존슨앤드존슨 비젼케어 교육센터(TVCI) 학술원장은 지난달 1~2일 ‘안경광학과 교수 초청 콘택트렌즈 임상 워크숍’에서 콘택트렌즈 연구 방향에 대해 강의했다.

이날 강의에서 김재민 교수는 “총 인구(10억명)의 1.7%가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고, 전 세계적으로 1.6조 명의 근시인구가 있다”면서 “2018년에는 콘택트렌즈 사용자가 17억명에 이르고, 2020년에는 2.5조의 근시 인구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김 교수는 콘택트렌즈가 △보호나 차단 렌즈, 차단·보호 기능(착용감 증진, 항균 렌즈, 항 염증 렌즈 건성안 렌즈, 영양공급 렌즈, 자외선 차단렌즈, 변색렌즈) △시력 굴절 교정 렌즈(근시 억제용 렌즈, 최고 시력 렌즈) △치료용 렌즈(약물 전달, 줄기세표를 함유한 렌즈로 외안구 형태 장애 치료, 황반변성 및 당뇨망막증 치료) △진단용 렌즈(혈압, 안압, 암 진단용 바이오마커) △새로운 적용 렌즈(뷰티 렌즈, 군사목적, 게임) △근시 억제(Anti-myopia) 콘택트렌즈 등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았다.

이 날 김 교수는 “인구는 고령화 되어가고, 16~24세가 나이들어 가며, 소비자는 편리함을 추구하면서,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고, 환경 변화에 민감해지는 등 변화하고 있다”면서 “마켓과 소비자의 변화를 파악하여 미래를 예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콘택트렌즈의 미래는 콘택트렌즈를 둘러싼 소비자, 안경사, 제조업체, 학계 등 이해관계자들이 만들어 갈수도 있다.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로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 분야의 선구자인 앨런 커티스 케이(Alan Curtis Kay)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The best way to predict the future is to invent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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