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제품 챙겨 도주해 골칫거리로 전락

“결제를 한 달만 미뤄달라는 안경원 부탁을 받고 다음 달에 찾아 갔더니 안경원이 텅 비워져 있더군요.”

소리 소문없이 사라진 안경원 때문에 입은 피해가 막대하다고 모 수입업체 대표는 황당한 경험을 털어놨다.
최근 최악의 불경기 시즌을 틈타 슬그머니 안경원을 폐업하고 도주하는 안경원이 증가해 도매 유통사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2012년을 보름 남겨둔 현재, 업계 관계자들은 해가 바뀌어도 경제 전망은 어두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50년만의 한파처럼 꽁꽁 얼어붙은 시장 상황처럼 좀처럼 안경업계 경기도 해빙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실질적 개점휴업 상태인 안경원과 업체들이 눈에 띄게 늘고 특히 연락이 두절된 안경원이 증가, 문 닫는 안경원이 속출하고 있다.

“수입 안경테 업체인 D사입니다. 00안경원이 사라졌어요. 소재 파악이 안될까요”라며 꼭 찾아주기를 하소연했다. 안경원과 유통사간 연락두절로 인해 연말 안경업계에 흉흉한 소문이 무성하다.

안경테 도매유통사 관계자들은 극심해진 경기 불황으로 인해 악화된 안경원의 모습을 세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가 안경원을 폐업하고, 야반도주의 형태로 사라진 사례다. 결제를 다음달로 미룬후 잠적하는 케이스다. 두 번째는 무조건식으로 결제를 미루는 경우다. 악성 채무 안경원이라 내용증명을 보내도 본체만체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도매 유통사가 결제 받기가 힘들자 제품으로 반품을 받으려 해도 반품 자체를 안해주는 경우다.
안경원에 제품이 있음에도 반품을 하지 않는 ‘배째라 유형’이다. 심지어 일부 안경원은 제품을 팔고도 결제를 안해주는 경우가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처럼 경기 불황으로 인한 가장 큰 문제로 드러나고 있는 것은 안경원과 도매 유통사와의 거래처 관계가 경색돼 가고 있는 점이다.

대부분의 안경업계 관계자들은 국내외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라 문닫는 안경원이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안경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말한다. 사라진 안경원이 비단 이들만의 문제,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의 안경업계 제반 환경에서는 누구나 충분히 문닫는 안경원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내수 경기가 살아나지 않아 현금유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향후 경기 추이에 따라 추가적으로 사라지는 안경원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경기불황의 시기 안경원 단상에 대해 남대문 안경원 원장은 “현재 진행형인 경기침체와 폐업과 오픈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안경원의 과열 경쟁이 가장 큰 원인이다”고 분석했다.

남대문에서 영업중인 국산 안경테 유통업체 모 부장은 “이제 안경업계 유통구조도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며 “이제는 외상결제의 관행을 끊어야 하며, 소매 안경원에서는 물량을 받을 때 즉시 결제하는 즉불 형태를 정착시켜야 사라지는 업체가 없을 것이다”고 안경테 유통업체를 대변했다.

한편 안경원 증발 소식을 들은 한 안경업계 관계자는 “사라진 안경원의 증가가 이런 최악의 불경기에 이루어지는 것이 한국안경업계의 장래를 위해서는 쓴 약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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