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안경신문 편집인 정현모

산업 현장을 누비는 영업맨들은 거래처와 계약을 맺으면서 ‘대외비’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해당 영업사원들에게 영업 기밀, 노하우와 같은 대외비는 실적을 올리기 위한 자신만의 무기이자, 자산이다.
일반적으로 대외비는 국가 기밀 사항으로 분류해 보호할 정도의 중요성은 없으나, 일반에 공개되어서는 아니 되는 정도의 보안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 수준의 정보 분류를 말한다.
최근 안경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단상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업권의 무기 역할을 하고 있는 ‘대외비’가 잘 지켜지지 않는 것 같아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얼마 전 MBC 뉴스에서 방영된 원가에 준하는 안경테 판매 보도를 보면서 이제 안경원도 상도덕을 지키는 안경원과 지키지 않는 안경원으로 나누어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동안 안경업계는 제조·도매·소매분야 각자가 완전히 분리되어 갈등을 빚어왔다. 하지만 이제는 안경원끼리 물고 뜯는 싸움으로 갈등 양상이 달라졌다.
당시 뉴스의 초점은 ‘가격 거품 많은 안경’, 그리고 ‘안경원끼리 담합’으로 분위기를 몰아가면서 안경사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자극적으로 내보냈다. 안경사의 이미지와 위상이 또 한번 나락에 떨어짐을 목도했다. 특히 이번 MBC 뉴스 방송내용 가운데 대구지역 ㅅ프랜차이즈 안경원 대표가 직접 인터뷰에 나서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신규 안경원이 오픈할 때 안경 관련 제품 가격이 문제되면 주변의 기존 안경원들이 안경 관련 유통업체에 압력을 행사한다고 말해 주변 안경원을 가해자로 만들었다.
소비자에게 안경 제조원가에 준하는 가격으로 판매하는 안경원을 두둔하는 멘트를 보면서 보다 신중하게 인터뷰에 응했어야 하지 않았느냐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자신 역시 안경테를 직접 생산해 가격을 낮춘 체인 안경원 대표이기 때문에 동병상련을 느껴 그렇게 인터뷰에 응한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안경인으로서, 안경사로서 안경하면 조건반사 아닌 무조건 보호본능이 발동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렇지 못한 것은 한 울타리 안에 있는 같은 안경사로서 연대의식이 부족하다고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다 같이 ‘안경밥’을 먹고 사는 입장이면서 혼자 살겠다고 이미 시장에서 형성된 안경 가격을 무시하면서, 유통 질서를 어지럽히는 태도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보여진다. 이제 외부환경은 안경업계를 더욱 옥죄고 있는 상황이다. (사)대한안경사협회 등에서 일정한 가격선을 지키려 해도 공중파 보도처럼 ‘가격담합’에 따른 불공정거래행위로 당국의 법적 제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더욱 커지게 됐다. ‘안경가격 폭리’ 프로그램 방영으로 일반 소비자들 대부분이 안경원가를 지나치게 낮게 평가하는 등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안경=저가’라는 그릇된 등식이 성립, 안경업계 발전을 가로막는 주범이 되버린지 오래다. 소비자 권익을 위해 거품을 뺀 안경을 판매한다라는 대의명분으로 자신만 잘 살아 보겠다는 일부 프랜차이즈와 안경원의 마인드는 문제가 있다.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라는 말이 있다. 다 같이 더불어 잘사는 둥글둥글한 안경업계가 됐으면 하는 바람은 필자가 안경업계에 뛰어들 때부터 가진 초심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이라고 해도 좋다. 앞으로 계속 반복될 여지가 있는 사안인 만큼 이번에 좋은 선례를 남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모두가 안경사 업권보호를 굳건히 하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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