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컬럼

대학연구소에 연구비가 지급됐다.
각 나라별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무엇일까. 독일은 관련 책을 산다. 태국은 냉장고를 산다. 한국은 현판식을 한다라는 전시행정과 관련한 우스개 소리가 있다.
실질적인 내용없이 전시 효과만을 노리고 펼치는 행정을 우리는 전시행정이라고 한다.
한자 뜻 그대로 액자 등을 벽에 붙여놓아 생기는 미관효과라고 볼 수 있다. 이 미관효과를 위해 지속적으로 쏟는 관심이나 실질적인 움직임 따위는 제로에 가까운 상태다. 쉽게 말하면 그냥 보여주기만을 위한 행정. 높으신 분들 보기에만 좋고 실제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 등을 우리는 전시행정이라 말한다.
최근 국회에서 개최된 안경산업 효율적 육성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 세미나가 대구지역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 인기관리를 위한 전시행정 요식행위였다는 의견이 많다.
정책 세미나는 안경산업 현황 및 장기발전 전략, Eye-Vision 중진산업 육성방안에 대한 주제발표와 일부 안경관련 단체 협회장 등이 초대돼 종합 토론 형식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이번 정책 세미나에서는 우려스러울만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
첫 번째로 안경업계 입장을 대변할 사람이 부족했다. 안경산업의 효율적 육성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 세미나였지만 안경관련 일부 제조업체 관계자만 토론자로 구성됐다.
다양한 업계 구성원을 초청하지는 못할망정 국내 안경계의 큰 축을 구성하고 있고, 안경사를 대변하는 (사)대한안경사협회장이 토론자에서 배제된 것은 어불성설이다.
물론 안경산업 육성을 위해 안경 관련 용품의 제조, 수출에 힘을 실어주는 이런 세미나는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이들 물건을 구입하고 판매하면서 안경업계 내수시장을 이끌고 있는 안경사를 배제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두 번째는 이번 정책 세미나가 과연 진정성 있게 국내 안경업계의 아픔을 보듬는 우리 안경산업 발전을 위한 토론이었는지 묻고 싶다.
6명의 토론자가 50분 정도의 짧은 시간에 자료집 읽은 수준에 그친 이번 정책 세미나는 그 한계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정책 세미나에 참석한 몇몇 업계 관계자는 안경테, 안경렌즈, 국산 콘택트렌즈 등 업계 현황에 대해 듣는 형식에 불과한 정책 세미나였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 이날 세미나는 세계 안경산업 구조와 현황, 국내 안경 산업의 현 상황 파악만 하는 수박 겉핥기식인 세미나인걸로 판명났다.
세 번째는 토론자의 발언이다. 토론을 하는 패널 중 한명은 안경업계 비전문가인 모경제지 본부장이다.
그는 안경테 유통분야 개선이 필요하다며 안경업계 문제가 되고 있는 공장형 안경원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또 안경산업을 의료관광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는 등 다소 업계의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의 주장을 하기도 했다.
저가 안경테 논란으로 국내 안경원과 안경사가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그런 발언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네 번째는 정책 세미나 후원 단체의 행태도 눈에 거슬린다.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으로 밖에 안보인다.
정책 세미나 청중의 대부분은 내년도 제품을 위해 공장에서 바쁘게 근로활동을 하는 제조업체 관계자들이었다. 이를 본 외부의 시각은 세미나 자리를 채우기 위해 안경테 하나라도 생산해야 하는 바쁜 제조업체 대표들을 이끌고 상경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번 대구지역 국회의원이 주관한 정책 세미나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재)한국안경산업지원센터가 후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 정부와 안경산업 관련 기관은 안경업계를 위한 진솔하고 진정성 있는 정책 입안에 노력해야 한다.
현재 국내 안경인들은 최악의 불경기에 경중을 나눌 수 없이 모두 곤란함을 겪고 있다.
매일 문을 닫는 안경 업체가 늘고, 하루하루 살기가 빠듯한 안경업계 관계자들이 많다.
이제 안경관련 단체장은 현재 앉아있는 자리에 책임지는 자세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나마 이번 국회의원이 주관한 정책 세미나와 같은 전시행정은 최소한 보여지는 ‘쇼’라도 있다. 하지만 단체의 성의없는 탁상행정은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이제 안경관련 단체·기관·센터장도 계획했던 소기의 성과, 안경인들에게 눈에 보이는 실질적인 지원을 하지 못한다면 용단을 내리고 자리에서 물러나기를 바라는 안경인이 많다는 것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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