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별 상이한 정책이 혼란 유발 … 지역별 합의라도 이뤄져야


강북에서 안경원을 운영하고 있는 P안경사가 최근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바로 “다른 곳은 돈 안 받는데 여기는 왜 받아요?”이다.
여러 고민 끝에 자기 매장 이외에서 판매된 모든 제품에 대해 피팅비를 청구하기로 한 이후 적지 않은 고객들의 항의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P안경사는 “그냥 가시는 분들이 많지만 의외로 선뜻 지불하시는 분들도 있다. 간혹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내며 계산하는 고객들에 상처를 입기도 하지만 결국 잘했다고 판단된다”며 “곰곰히 생각해보면 미용실에서 앞머리만 가위질 몇 번으로 다듬어도 사람들은 당연히 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이 할 수 없는 것을 대신해주는 전문가적 손길에 대한 지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독 안경업계에서만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와달리 과거 잠깐 피팅비를 받은 적이 있었으나 고객들의 반발과 다른 안경원에 고객을 빼앗길 수 있다는 두려움에 포기했던 인천의 K안경사가 다시 피팅비 유료화에 도전한 이유는 바로 사업환경의 급변이었다.
백화점이나 쇼핑몰은 물론 이제는 정기행사처럼 홈쇼핑에서 파격 할인 방송을 하는 등 갈수록 선글라스 유통경로가 다양해지면서 관련 매출 감소가 더 이상 감내할 수준이 넘었다는 위기의식이 생겼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금까지 상생관계였다고 믿었던 대형 유통사들과 대구의 여러 제조사들의 직판움직임에 대한 분노가 기름을 부었다.
K안경사는 “사실 말리는 선후배들도 있었지만 선글라스 매출이 처음 오픈 했을 때보다 반에 반이 된 상황에서 이대로 있어서는 안경원의 미래는 없어 무엇이라도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쇼핑몰들을 찾아보면 알겠지만 물건 수령 후 인근 안경원에서 무료 피팅을 받으라고 버젓이 안내하는 곳들이 부지기수다”며 “물건을 판매해서 이익은 자신들이 보고 그에 대한 후속관리 및 A/S를 안경원에 전가시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될뿐더러, 이런 영업은 피팅은 무료라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줘 더 큰 문제다. 처음부터 받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지금부터라도 피팅이 공짜가 아니라는 인식을 바꿔나가기 위해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사실 피팅비의 유료화는 숙련된 안경사의 전문성과 경험이 서비스의 핵심인 데다, 피팅시 흠집이나 파손 가능성 등 위험성이 상존한다는 점을 고려하다면 안경인이 아닌 일반인의 관점에서도 유료화를 위한 설득력이 충분하다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피팅비에 대해 고객들의 시선이 싸늘한 것은 그동안의 무료정책이 관행처럼 굳어진 데다, 안경원 마다 피팅비 관련 정책이 상이해 우리업계 스스로 고객들의 혼선과 오해를 자초한 면이 없지 않다 할 수 있다. 과거 안경시장이 호황이었을 때 일종의 A/S 개념으로 이뤄진 무료 피팅이 사반세기 이상 지속되면서 당연히 무료인 게 정상이라는 인식이 대중들의 뇌리에 뿌리 깊게 자리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남대문의 한 안경사는 “피팅비는 돈을 떠나 고객들에게 안경제품은 전문가인 안경사가 있는 안경원에서 제품을 구입해야하고, 믿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줘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협회가 가이드라인 마련 및 홍보에 적극 나서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실현가능성 측면에서 협회 보다는 분회 및 지부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도 있다.
모 프랜차이즈 임원은 “피팅비 유료화는 2000년대 초부터 주기적으로 거론돼 왔지만 안경사들의 관심부족 및 사분오열로 계속 실패해 왔다. 전국에서 일괄적으로 시행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협회는 표준 모델 마련 및  대국민 홍보를 진행하고, 고객들이 안경을 사러 다른 지역으로 갈 확률이 적기 때문에 분회 및 지부를 중심으로 추진돼야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한국안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