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심리학자 간바 와타루, “상대 시선 속이기 위한 몸짓”

최근 대통령의 비선실세들의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정국이 혼란에 빠지고, 국민들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하야 요구의 목소리가 그 어느때 보다 높다.
국가가 비상시국에 돌입하면서 국회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여당은 여당대로 원내 회의를 하면서 향후 대책과 방안 마련에 총력의 모습을 보이고 있고, 야당은 대통령 탄핵과 하야 요구 준비를 속속 진행하고 있다.
사태가 급박하게 진행되면서 각종 뉴스·통신사의 단골 사진은 비리 의혹에 중심에 있는 당사자나, 사건과 관련이 있는 관계기관 단체장들의 안경 만지는 모습으로 채워진다.
국회의원들이 해당 사안에 대해 관련된 기관 관계자를 출석시켜 질의하거나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진행할 때 역시 비슷한 앵글, 비슷한 포즈의 사진이 홍수를 이룬다.
이런 모습에서 출석인들의 심경을 읽어보자는 의도로 보인다. 신문 등에서 사진은 ‘기사’가 된다. 사진도 엄연한 기사인 만큼, 그 한 장에 메시지가 담겨야 하고 피사체를 통해 특정한 의미를 드러내야 한다. 그럼 너나없이 안경에 손을 대는 국회 출석인들은 도대체 어떤 심경일까 궁금해진다.
짐작하다시피 그들은 대부분 편치 않은 마음이다. 무언가 초조하거나 불안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중압감에 시달리는 중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정부측 출석인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작은 꼬투리 하나라도 캐내기 위해 날선 질문을 퍼붓고, 방대한 자료를 입수해 출석인을 추궁한다.
출석인 입장에서는 한시라도 빨리 이런 자리를 끝내고 국회를 벗어나고 싶을 것이다. 이런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이 행동으로 연결돼 무엇인가 만지작거리게 된다. 만질 대상물 가운데 가장 만만한 게 바로 안경이다. 만약 안경이 없었다면 자신의 머리칼을 쓸어 올리거나 턱 쓰다듬기, 볼 문지르기 등 여러 행동으로 대신했을 것이다. 또 간혹 자신에게 닥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실과 다른 얘기를 할 때도 무의식 중에 안경을 만질 수도 있다.
일본의 심리학자 간바 와타루는 ‘상대방를 꿰뚫어 보는 심리학’이라는 책에서 “안경을 만지거나(고쳐 쓴다), 담배를 피우는 행동도 얼굴을 가리거나 상대 시선을 속이기 위한 몸짓의 하나라고 할 수 있으므로 주의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간바 와타루에 따르면 국회에 출석한 관계자들이 자신의 얼굴을 가리는 행동으로 안경을 만지거나 고쳐 쓴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싶어 하는 이유가 단순한 중압감이나 초조, 불안 때문인지, 아니면 무언가 감추기 위해서인지는 사진만으로 확인할 수 없다. 이들에게 안경은 매우 소중한 존재임에는 틀림없다.
이마저 없을 경우 다른 만질 거리가 필요했을 테고 그 부위가 어디든 안경만큼 품격 있어 보이진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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