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원, “객단가 하락 속 판매 가격안정화 위한 대책 시급”

응답자 36%, 매출 절반이 안경렌즈 … 번들링 정책에 대한 호감도 상당

안경업계 전문 리서치 기관인 Real Optical Research(이하 ROR)에서는 올해 안경렌즈 판매 현황 및 근래 빠르게 늘고 있는 번들링 판매에 대한 의견을 묻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2일부터 13일까지 서울·경기권 100곳, 중부권 100곳, 남부권 100곳 총 300곳을 대상으로 전화설문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안경원 전체매출에서 안경렌즈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안경사들이 안경렌즈 매출액 및 객단가 하락에 큰 우려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번들링 판매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더 많은 가운데 소형안경원을 배려하는 조치가 필요함을 파악할 수 있었다. <편집자 주>


안경원 매출서 안경렌즈 비중 약진
그러나 매출액은 감소한 곳 많아

올해에도 역시 안경원 전체 매출에서 안경렌즈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귀 안경원 전체 매출에서 안경렌즈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됩니까?’는 질문에 33%에 해당하는 98곳이 ‘30%대’라 답한 가운데, ‘50%대’가 22%인 67곳, ‘40%’대가 17%인 52곳 순이었다. 전체 매출에서 안경렌즈의 비중이 절반이 넘는다고 답한 안경원도 총 108곳으로 무려 36%나 됐다.
근래 제조사들이 시장확대를 위한 방편으로 누진 및 다양한 기능성 신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안경사들이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높은 제품처방에 집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모 렌즈제조사 마케팅 팀장은 “올해 진행한 내부적인 조사에서 협력 안경원들의 객단가가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조사의 보다 다기능의 고부가가치 제품 출시 노력과 이를 이용해 고객의 만족도 제고 및 안경원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안경사들의 의지가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주요 안경 프랜차이즈들이 안경렌즈 PB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당분간 안경렌즈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40% 중반이라 답한 경남의 한 안경사도 “지난해 안경렌즈를 전략상품으로 정하고, 직원들과 회의를 통해 문진 및 검안 등 고객응대 프로세스를 업그레이드 했는데 큰 성과를 내고 있다. 고객들 반응도 예상외로 좋아 기대가 크다”며 “요즘에는 기능성 제품에 익숙한 고객들도 상당한 만큼 안경사들이 기존 ‘잘 보이세요’ 식의 단순한 고객응대에서 벗어나 제품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반면, 그럼에도 매출은 오히려 감소한 안경원들이 많아 안경사들이 안경렌즈에 적지 않은 우려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매출액은 지난해와 비교해서 어떻게 바뀌었습니까?’는 질문에 35%에 해당하는 105곳이 ‘비슷하다’고 답한 가운데, ‘감소했다’는 안경원이 51%인 154곳으로 ‘증가했다’는 응답의 약 4배에 달했다.
‘감소했다’고 답한 강원도의 한 안경사는 “안경렌즈 역시 가격경쟁이 심하다. 안경사들이 뜻을 같이 하면 할인할 필요가 없는데, 일부 안경사의 이기심과 불안감에 시장전체가 위협받고 있는 형국이다”며 “내방 고객이 점점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경렌즈 가격까지 무너진다면 이제는 도저히 방법이 없다. 더 늦기 전에 서로 소통하고, 상생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신제품 러시에도 객단가 제자리
‘증가했다’는 답변 16%에 불과

그렇다면 안경렌즈의 객단가는 어떠할까? 이를 알아보고자 ‘지난해 대비 안경렌즈 평균 객단가는 어떻습니까?’라고 물어봤다. 전체응답의 60%인 179곳이 ‘비슷하다’고 답한 가운데, ‘감소했다’는 답이 ‘증가했다’ 보다 더 많이 집계됐다. 안경원 전체 매출에서 안경렌즈 비중이 크게 상승했음에도 매출액은 오히려 감소하는 이유를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그 이유를 파악하고자 진행한 추가 질문에 안경사들은 ‘상승했다’의 이유로 ‘고급렌즈 처방 집중’(12곳)을 가장 많이 답했으며, 이어 ‘직원들 실력 향상(제조사 교육 효과)’ 7곳, ‘무할인 정책’ 4곳 순이었다. 그리고 ‘비슷하다’는 답변의 이유로는 ‘경기불황 및 소비자 구매력 감소’가 62곳, ‘소비자 찾는 제품 변화 없음’이 9곳 이었으며, ‘감소했다’의 이유로는 ‘안경원간 경쟁과열’ 34곳, ‘경기불황 및 소비자 구매력 감소’ 24곳으로 조사됐다.
‘비슷하다’고 답한 서울 A 안경원 원장은 “신제품이 많이 출시됐지만 지금 시장상황에서 제값을 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특히 보다 기능이 확대됐음에도 지난 번 자신이 지출했던 비용을 기준으로 제품을 구입하려는 고객들을 많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며 “누진 시장도 기대는 크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큰 재미는 없다. 고객들의 재방문 기간도 점점 길어지고 있어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반대로 ‘증가했다’고 답한 경기의 한 안경사는 “현재 직원들의 실력향상을 위해 각자 공부한 후,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증가의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 여기에 주기적으로 제조사에 요청해 교육을 받고 있는데 직원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다”며 “우리 안경원의 경우 가격할인을 하고 있지 않음에도 매출이 안정적이다. 요즘 우리업계에 가격파괴 안경원 소식이 늘고 있다는 소식만 들리는데, 할인 없이도 멋있게 안경원을 경영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 오히려 업계가 이분들을 주목해 줬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신제품은 시장확대의 가장 큰 동력
제조사들, 가격 안정화 위해 나서줬으면
브랜드 다양하지만 안경원 변화 아직 미약

이어 최근 국내 안경렌즈 시장 확대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제조사들에 대한 안경사들의 바람을 알아보고자 ‘국내 안경렌즈 시장활성화를 위해 제조사가 가장 집중해줬으면 하는 분야가 있다면?’이라는 질문을 해봤다.
답변 중 ‘고부가 제품 강화’가 전체응답의 35%인 104곳으로 가장 많이 차지한 가운데, ‘제품 판매가격 안정화’가 28%인 85곳으로 2위를 차지해 눈길을 모았다. 앞서 언급했듯 안경렌즈 역시 가격경쟁 양상이 심화되고 있는 현상에 대한 안경사들의 우려가 적지 않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제품 판매가격 안정화’라 답한 강남의 A 안경원 원장은 “모든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안경렌즈 가격이 하락하는 데는 안경사들의 잘못도 분명히 있지만, 개인적으로 일정부분 제조사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 말로는 권장소비자가격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는데, 00 같이 할인하는 안경체인에 계속해 물건을 공급하거나 백디씨(가격할인률)나 상품권 등 프로모션에 나서는 모습을 보면 진실성이 없어 보인다”며 “마음속으로 ‘제조사들도 어쩔 수 없겠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가끔은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고 말한 뒤 “이에 역발상으로 제조사가 안경사들이 고객들에게 자신 있게 가격을 말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펼친다면 더 큰 지지와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신제품 출시’가 12%, ‘대소비자 마케팅’ 7% 순이었으며, ‘기타’ 의견으로는 ‘반품 프로세스 간소화’, ‘코팅 문제 해결’, ‘판매툴 지원’ 등이 있었다.
한편, 최근 국내외 메이저 제조사들의 인수합병 및 신규 브랜드 론칭 등으로 시장의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에도 안경원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에 비해 현재 고객에게 주로 처방하는 브랜드의 수는 어떻게 변했습니까?’를 묻는 질문에 66%인 197곳이 ‘큰 변화가 없다’고 답한 가운데, ‘증가했다’와 ‘감소했다’가 각각 54곳 및 49곳으로 대동소이 했다.
그 이유를 파악하고자 진행한 추가 질문에 안경사들은 ‘증가했다’의 이유로 ‘제조사가 출시한 신제품 영향’(18곳), ‘제조사 및 브랜드 수 증가’(9곳), ‘제조사들의 프로모션 확대’라 답했으며, ‘큰 변화 없다’의 이유로는 ‘신뢰 및 익숙함’(72곳), ‘고객 선호 브랜드 큰 변화 없다’(5곳)의 이유를 들었다. 여기에 ‘감소했다’로는 ‘집중하는 것이 이익’(18곳), 거래처 제품라인 확대(6곳) 등의 이유가 거론됐다. 아직 새로운 컨셉트 및 정책을 가진 브랜드들이 시장에 확실한 입지를 다지지 못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큰 변화 없다’고 답한 충남의 한 안경사는 “안경원 입장에서 기존 거래처와의 관계 및 제품에 대한 신뢰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브랜드들이 다양해졌다고 해서 즉각적으로 변화를 주기에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다만 다양한 각기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기에 향후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경원 정책과 브랜드의 전략적인 궁합을 보고 변경하는 곳들이 생기기 시작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반면 ‘감소했다’고 답한 전북의 한 안경사는 “주문량에 따라 지원규모 및 방법들이 달라지기 때문에 최근 특정 브랜드에 집중하려는 안경원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며 “브랜드들의 제품라인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고, 영업사원들 역시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컨설팅을 하기 때문에 앞으로 선택과 집중의 트렌드가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안경사들, 번들링 판매에 호의적
다만, 소형매장에도 배려 정책 필요

그렇다면 최근 번들링 판매(안경렌즈와 기기를 약정)가 시장의 최대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번들링 판매에 대한 안경사들의 평가는 어떠할까? 이를 알아보고자 ‘최근 렌즈와 기기를 연동시키는 번들링 판매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귀하의 생각은 어떻신지요?’고 질문해 봤다.
결론적으로 안경사들은 번들링 판매에 상당히 호의적임을 알 수 있었다.
먼저 긍정과 부정으로 단순 비교 했을 경우 ‘긍정적이다’ 82곳으로 ‘부정적이다’ 51곳 보다 많은데다, ‘중립적이다’는 답한 167곳의 안경원 중 적지 않은 수가 그 이유로 ‘장단점이 있다’, ‘안경사 선택의 문제다’ 등을 이유로 꼽았기 때문이다.
‘긍정적이다’고 답한 대전의 한 안경사는 “안경렌즈의 경우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는 고객이 많지 않다. 때문에 기기약정 판매는 매출에 대한 부담이 있다지만 안경원 입장에서 절대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며 “번들링 판매가 고부가가치 제품 및 전문화 제품 처방의 자극제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제조사와 안경원이 상생하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번들링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 모 렌즈제조사 마케팅 팀장도 “매출이 없던 안경원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세일즈 목표가 높아 보일 수 있지만, 기기약정 판매는 기본적인 자사 매출이 나오는 안경원에 부담을 좀 더 덜 게끔 설계돼 있다”며 “이를 잘 활용하신다면 고객 만족도 제고 및 안경원 경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립’ 및 ‘부정’이라 답한 안경사들 중 일부가 ‘소규모 안경원이라 해당사항 없다(소형 안경원 더욱 고립시키는 정책)’, ‘안경사 처방권 축소’, ‘번들링 기기에 대한 불만족’을 이유로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만큼 이를 고려한 제조사들의 세심한 배려도 필요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번들링 판매 효과의 지속성을 알아보기 위해 ‘귀하는 번들링 하는 제조사와 약정이 끝난 이후에도 그 브랜드를 집중해 처방 하시겠습니까?’는 질문을 해봤다.
결과는 예상과 달리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그대로 유지할 예정이다’는 답변이 64%인 191곳으로, ‘기존대로 분산해 관리할 예정이다’는 답변 보다 약 2배 많아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국내 모 렌즈제조사 관계자는 “현재 기기약정을 하고 있거나, 새로이 하려는 분들이 약정 이후 어떻게 하겠다는 말씀은 나중의 일이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전제한 뒤, “다만 제조사들도 약정 이후에도 안경사분들과 함께할 수 있는 지원책이 계속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추후 다양한 방법들이 공개될 것이다”며 “이에 안경사분들도 번들링 판매를 단순한 프로모션으로 간주하지 말고 국내 렌즈 시장을 선진화 및 고급화를 위한 제조사들의 노력으로 봐주시고, 또 잘 활용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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