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갈이하면서 폐업·점포정리 최대 90% 할인 꼼수

경기가 불황일수록 폐업 마케팅이 성황이다.
장기화된 내수경기 침체 속에 치솟는 인건비 등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영업자와 영세기업들의 줄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한 집 건너 한집이 폐업이라 할 정도로 내수경기 침체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대내외적인 위기까지 더해져 앞으로도 이러한 상황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폐업이 늘면서 폐업 마케팅은 활성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폐업 마케팅은 가게가 부채를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폐업을 하면서, 가지고 있는 물건을 파격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을 뜻한다.
폐업을 앞둔 가게 밖에는 떨이, 점포정리, 완전정리 등 가게를 정리하니 싼 값에 물건을 가져가라는 광고물이 시선을 모은다. 폐업 마케팅은 주인은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남은 부채를 조금이나마 털어내고, 소비자는 파격적인 가격에 물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마케팅 활동이 실제로 폐업을 앞둔 가게라면,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제 값주고 산 물건을 떨이로 판매하는 주인의 마음은 오죽하랴. 소비자도 싼 값에 구매하기는 하지만 경기불황을 몸소 느끼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그러나 실제 폐업을 하지 않으면서 폐업 마케팅을 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해 주변 상권까지 잡아먹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안경계도 예외는 아니다. 완정정리, 점포정리 등 폐업 마케팅에 동참하는 안경원이 늘고 있어 안경사들의 분노를 사고 있는 것. 이러한 폐업 마케팅에 안경사들은 가격할인 경쟁이 이제는 갈 데까지 갔다는 분위기다.
그간 안경원이 실제 폐업하는 경우에도 물품을 인수자에게 넘기거나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범주안에서 할인판매를 하던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번의 경우도 실제로 완전히 안경원을 접는 경우라면, 같은 안경사로서 일정 부분 용인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폐업 마케팅은 브랜드 이동 등 일명 간판갈이를 하면서 진행하는 것으로 가격 경쟁만 더욱 악화시킨다는 평이다.
안경원 전체를 점포정리, 최대 90% 할인 등의 큰 현수막들이 도배하다시피 뒤덮고 있는 것을 본 안경사들은 “어떻게 원가 이하로 팔 수 있나”, “폐업세일과 가격파괴는 다른 안경원을 도둑으로 만드는 행위”라며 “불법광고물, 허위광고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지만 사실상 대책이 없는 것 같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러한 폐업 마케팅은 누구에게도 득이 될 수 없다. 소비자 판매가격은 계속 낮아지고 공급가격은 오르는 상황에서 안경원의 마진 악화만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
또한 가격 할인 경쟁에 박리다매를 한다고 하더라도 90% 이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은 안경원에 마진은 거의 없을 뿐더러 검안, 피팅 등은 소비자에게 서비스로 인식되어 그간 가공비·피팅비 유료화를 위해 노력한 많은 안경사들의 수고로움도 결국 물거품이 될 우려도 크다.
때문에 이러한 폐업마케팅에 대해 안경계 내부적으로 ‘제 살 깎아먹기식’ 할인 경쟁이 도를 넘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서울의 한 안경사는 “가격할인 경쟁은 결국 안경원, 그리고 안경사의 가치를 그만큼 깎아 먹는 일이다”라며 “최소한의 정도는 지켜갔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밝혔다.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이미 안경원의 가격할인 경쟁은 걷잡을 수 없는 흐름이 되어 버렸다. 모두 상생을 위해 그만하자고 하지만, 경기불황을 피해가기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할인에 동참하는 안경원을 무작정 욕할 수 만은 없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업권보호를 위해 최소한의 지켜야할 선은 지켜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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