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할인경쟁으로 내부출혈만 커져…안경사의 노동가치 인정 받아야

코로나19 팬데믹과 세계적인 경제불황,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삼고현상 등으로 안경업계가 위기에 빠져 있다. 코로나19가 팬데믹에서 엔데믹화 되면서 사실상 일상회복으로 전환돼 조금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도 있었지만 여전히 긴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속에서 소비자와 직접적으로 만나는 안경원들은 더욱 울상이다. 모든 물가가 올랐고 기업들 역시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급단가를 인상하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안경가격만큼은 제자리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지금보다 안경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도 전망하기도 한다. 물가상승만큼 가격을 올리면 되지 않느냐고 이야기 할 수도 있겠지만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저가체인을 비롯한 일부 안경원들의 과도한 가격할인 경쟁으로 쉽게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과도한 할인경쟁으로 내부출혈만 커지다보니 정당한 가격을 받는 안경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한 안경사는 “우리나라 안경시장은 안경사가 주체가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업체가 정해준 가격에서 서로 경쟁과 매장별 역량으로 판매실적에 따른 매출증대로 살아 남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무엇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안경시장에서는 안경사들의 노동의 가치, 즉 전문성이 그렇게 크게 인정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안경사는 안경사면허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직종으로, 안경이 제작되기까지 시력검사, 가공, 피팅 등 안경사의 손길이 거치지 않는 부분이 없다. 하지만 대체로 이러한 노동의 가치는 인정받지 못한 채 판매 매출에 좌지우지 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일부 안경원에서는 피팅 같은 기술료를 받는 매장도 있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은 ‘서비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 노원의 한 안경사는 “시력검사비, 가공료, 피팅비 같은 경우 분명 안경사만이 할 수 있는 전문분야이지만 정해진 것이 없다 보니 (기술료를) 받느냐 안받느냐는 개인의 역량으로 남았다”면서 “전문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안경사는 의료용품을 판매하는 판매사로 전략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일산의 한 안경사는 “안경사들의 실력이 좋아지고 장비도 좋아져 시력검사는 안과와 별차이가 없거나 더 전문성 있게 잘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하지만 안과에서 시력검사를 할 경우에는 당연히 ‘진료비’를 내지만 안경원에서는 무료로 해주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의 안경업계와 안경시장은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런 위기속에서 안경시장이 살아나려면 소비자를 가장 먼저 만나는 안경원이 살아야 한다. 안경원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제 살 파먹는 식의 과도한 할인경쟁을 멈춰야 한다. 그리고 ‘안경사=전문가’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줘야 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한 안경사는 “안경시장은 어느 누구도 침범하지 못하는 안경사만의 영역으로 충분히 마진율을 높이면서 고부가가치로 운영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전제한 뒤, “안경은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회전율이 1~2년이기 때문에 1건당 마진율을 높인다면 직원 고용하면서 충분히 안경원을 운영할 수 있는 구조”라며 “하지만 장사꾼 같은 안경사들이 등장, 과도한 할인경쟁이 펼쳐지다보니 현재의 위기상황이 오게 된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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