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처럼 ‘우리’라는 말을 좋아하는 민족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우리 집’, ‘우리나라’, ‘우리 민족’, 심지어는 ‘우리 아내’, ‘우리 남편’ 같은 말도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외국인이 들으면 뒤로 나 자빠질 말이다. 중국에는 아예 ‘우리’라는 한자가 없다.
한국인의 ‘우리’ 사랑에 대한 설왕설래가 많다. 심리적 연대감을 중요시하는 한국인 특유의 ‘공동체 문화’ 때문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지만, 한국인의 ‘전체주의’나 ‘집단 이기주의’ 때문이라는 다소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그런데, 외딴섬 하나를 지고 수십 년을 외국에서 살다 돌아온 자에게 이런 논쟁은 말 그대로 ‘무의미’하다. ‘우리’라는 말이 주는 속 깊은 따스함 때문이다. 공동체의 완전한 일원이 된다는 것은 상상 그 이상의 원초적 선물이다.
40여 년 전, 뿔테 잠자리 안경을 통해 본 맑고 선명한 세상을 지나, 이제는 또 다른 의미의 안경 나라의 일원이 되었다. 고두리에 놀란 어린 새처럼 두려움과 호기심이 교차하지만, 우리들의 안경 나라에서 온전한 ‘우리’ 이기를 희망하며 오늘을 힘차게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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