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사는 없고 의료기사만…
대안협, 안경사 단독법 추진 위해 온 힘 쏟아야

‘보건복지부와 그 소속기관의 직제’ 안경사들에게는 상당히 생소한 용어다. 하지만 어쩌면 ‘안경사 단독법’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일지 모른다.

그리고 이 ‘직제’에서부터 ‘단독법’의 실마리를 풀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법은 통상 국회에서 정하는 법과 대통령이 정하는 시행령, 그리고 장관이 정하는 시행규칙으로 구성된다. 보건복지부 직제는 국회에서 정한 ‘정부조직법’에 따라 대통령이 정한 하위법령이다. 

쉽게 말하면 보건복지부와 그 소속기관의 공무원들이 어떤 일을 해야 하고 또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규정한 법령이다.

규정에 살고 규정에 죽는 것이 공무원 조직이다. 그래서 분야를 망라하고 각 이권단체는 해당 부처의 직제 개정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조금이라도 자신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보건복지부 직제는 안경사와 관련해 어떻게 기술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안경사’에 대해서는 단 한 줄도 언급되어 있지 않다.

참고로 시행령이 부처 실·국장의 업무영역을 규정하고 있다면 시행규칙은 과장의 역할을 세분화해 표시하고 있다. 그래서 통상 시행규칙에서의 한 문장이 곧 사무관 1명의 업무영역이라 생각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현재 보건복지부내에서 안경사 업무를 담당하는 과는 의료자원정책과다. 그렇다면 보건복지부 직제 시행규칙은 의료자원정책과장의 업무에 대해 어떻게 기술하고 있을까?

그전에 같은 보건의료정책국 소속인 간호정책과장의 역할을 살펴보자. 

 

⑩ 간호정책과장은 다음 사항을 분장한다.

1. 간호인력 수급정책의 수립 및 조정  

2. 간호인력의 양성 및 관리에 관한 사항

3. 간호인력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 대책에 관한 사항 

4. 간호정책 관련 법령의 제·개정에 관한 사항

5.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운영에 관한 사항

6. 간호사 및 조산사의 보수교육·면허 신고 및 지도·감독에 관한 사항

7. 간호조무사의 보수교육, 자격 신고 및 지도·감독에 관한 사항 

 

간호인력 양성과 처우개선, 보수교육 등 모두 7가지 항목에 걸쳐 자세히 서술하고 있으며, 간호조무사, 조산사도 등장한다.

간호사협회는 이 같은 규정을 근거로 회원들의 요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복지부에 당당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엔 안경사 관할 의료자원정책과의 규정이다. 

 

⑨ 의료자원정책과장은 다음 사항을 분장한다. 

1. 보건의료장비 및 병상 등 의료자원에 관한 종합계획의 수립 및 조정

2. 의료기사에 관한 법령의 개정 및 운영

3. 보건의료인력 및 보건의료기관에 대한 행정처분 

4. 특수의료장비의 수급관리 및 진단용 방사선장비의 안전관리

5. 의료기사의 보수교육, 면허 신고 및 지도·감독에 관한 사항

6. 신의료기술의 안정성 및 유효성 평가에 관한 사항

 

50만명이 넘는 간호사와 5만명의 안경사를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  하지만 달라도 너무 다른 규정.  더군다나 안경사를 ‘의료기사 등’으로 한 묶음 해버린 ‘의료기사법’도 억울한 마당에 보건복지부 직제에서는 ‘등’이라는 핑계조차 생략해 버렸다. 

안경사를 의료기사로 판단하는 복지부의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규정에 살고 규정에 죽는 공무원’ 특성상 안경사들이 하소연할 곳은 어디에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물론 다행히도 현재의 복지부는 안경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열고 있다.

협회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과기부의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왔으며, 최근 본지가 마련한 좌담회에도 직접 참석해 안경사들의 불만 사항을 청취하고 돌아갔다.

그러나 이같은 기류가 지속될 것이란 보장은 없다. 무엇보다 안경사 단독법을 위해서도 시급한 과제가 바로 복지부 직제에 안경사의 권익증진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 마련이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다. 협회가 진정으로 안경사 단독법을 성사시킬 의지가 있다면 그 첫걸음은 보건복지부 직제에 ‘안경사’의 권익증진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 마련에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더욱이 보건복지부 직제. 그중에서도 시행규칙은 보건복지부의 의지만으로도 바꿀 수 있는 문제다.

공무원 개개인의 판단과 노력이 아닌, 규정에 따라 안경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또 그 업무가 성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여건. 어쩌면 그것이 바로 ‘안경사 단독법’으로 가는 지름길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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