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 기준 ‘비현실적’… 지나치게 비싼 판매가격

2006년 10월 현재 우리나라 색맹·색약환자가 구입할 수 있는 콘택트렌즈는 딱 한 가지 제품이다. C사에서 수입, 유통되고 있는 이 렌즈는 소비자 가격이 한 조당 80만원에 육박하는 비싼 제품이지만 환자의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몇 달 전 식약청과 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는 국내 콘택트렌즈 제조업체인 N사에서 출시 중이던 시력보정용렌즈 제품군에 대해 조사를 벌인 바 있다. 이유는 ‘색맹·색약렌즈’로 허가받지 않은 제품이 그러한 기능의 제품으로 유통되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N사에서 판매 중이던 해당 제품은 C사에서 수입·유통되고 있는 ‘색맹·색약렌즈’의 기능을 그대로 갖고 있지만 식약청에서 ‘색맹·색약렌즈’가 아닌 일반 ‘시력보정용렌즈’로 허가를 받고 판매가 되고 있었다. 하지만 N사의 렌즈는 C사 제품의 1/5에도 미치지 않는 가격으로 유통이 되었고 따라서 많은 색맹·색약 환자들은 N사의 제품을 선택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제품은 법적으로 ‘색맹·색약렌즈’ 허가를 받지 못한 제품이었기 때문에 결국은 위법 판결이 나면서 N사는 해당 제품 생산 라인을 전면 폐기하게 되었고, 현재 안경원이나 안과에서 구입 가능한 ‘색맹·색약렌즈’는 C사의 제품이 유일하게 되었다.
일면 이 사건은 아주 합당하고 당연한 결과를 도출한 것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여러 가지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
우선은 ‘왜 N사는 색맹·색약환자가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제품을 미용렌즈로 허가를 받아 유통시켜왔었는가’에 대한 질문이 가능하고 두 번째로는 ‘C사에서 판매 중인 색맹·색약렌즈의 가격은 (N사의 제품과 비교해서) 왜 그렇게 비싼가’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첫 번째 사항에 대해 N사의 마케팅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허가 조건’을 이유로 내세웠다. 이 관계자는 “식약청에 우리의 제품을 ‘색맹·색약렌즈’로 허가받기 위해서는 일반 시력교정용 콘택트렌즈용 허가 기준보다도 훨씬 더 엄격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진행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우리 같은 중소기업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차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즉 식약청의 허가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공인 받을 수준의 임상 실험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 소요되는 금액이 수천만 원에 이르러 소규모 국내 기업이 감당하기에는 금액 자체가 부담스러울 뿐만 아니라, 색맹·색약렌즈 시장의 규모 자체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투자 대비 회수 비용을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식약청의 해당 업무 담당자는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색맹·색약환자들이 사용할 의료기기 제품군의 허가 기준을 낮추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N기업을 비롯한 업계 관계자들과 일선 안경사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물론 의료기기인 콘택트렌즈 제품군의 제조·유통 허가 기준이 허술하지 말아야 할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시력교정용 콘택트렌즈 수위의 허가기준 만으로도 충분히 안전 검증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업계의 몇몇 관계자들은 “C사의 대표가 과거 식약청의 요직을 맡았다가 은퇴했다고 하는데, 현재의 허가 기준이라든가 하는 법적 시스템이 과연 그 사실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는 입장도 조심스럽게 밝혀왔다.
그러면서 조당 80만원에 육박하는 제품 가격에까지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까지 N사의 해당 기능 제품을 판매했던 여러 안경원의 안경사들은 “일종의 장애를 가진 환자가 사용하는 의료기기인 ‘색맹·색약렌즈’의 가격이 도대체 왜 그렇게 비싼가”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취재 과정에서 익명을 요구한 강동구의 한 안경사는 “내가 알기로 조당 80만원에 육박하는 C사의 ‘색맹·색약렌즈’는 영국의 조그만 중소기업에서 만들어져 매우 낮은 단가에 수입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C사는 국민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는 것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같은 기능의 제품을 일반 ‘시력보정용렌즈’로 허가받아 판매해왔던 N사가 조당 10만 원대에 판매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일리가 있는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 문제는 식약청을 비롯한 정부 부처들이 원점에서부터 다시 고려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정말로 ‘색맹·색약렌즈’의 허가 기준에 기천만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임상실험이 포함되어야 하는 지에서부터,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기업의 제품 가격이 적정 수준인지 혹시 지나친 폭리를 취하고 있지는 않은지 관리·감독의 날을 세우는 의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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