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자정노력, 연구인력 양성에 힘써야

안경렌즈 표준화 문제가 어제오늘 거론돼 온 문제는 아니다. 안경렌즈업계는 품질표준화의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규정을 제정하는 것에 소극적이다. 특히 국내 안경렌즈업계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소규모 업체다보니 자체 품질규정조차 마련돼 있지 않고 규정이 있다하더라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는 물론 렌즈업계가 입는 피해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우선 불량렌즈 유통의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 불량렌즈가 암암리에 덤핑거래 됨으로써 유통시장의 혼란을 초래하고 가격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불량렌즈로 소비자가 입는 건강상의 피해는 장기적으로 국내 안경렌즈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 제살 깎아먹기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당장 어쩔 도리가 없다는 식으로 방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선 안경사들 역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업체마다 규격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렌즈 가공시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국내 안경렌즈제조사들은 일반적으로 정점 굴절력, 렌즈의 중심두께, 렌즈의 크기 등의 규격을 제조회사별 포장지에 표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 포장지의 표시가 각 제조업체마다 각양각색이라 안경사가 포장만 보고는 렌즈의 규격이나 특성 등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 또한 시력을 아무리 정확히 측정하더라도 조금씩 규격이 다른 렌즈를 가공하다보면 작은 오차가 생길 수도 있다. 국내 안경렌즈 업계는 외면상으로 비추어 볼 때 짧은 기간동안 많은 성장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기술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중국, 동남아 등 신생국들에게는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다. 2005년 유통시장개방 이후 국내 안경산업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풍전등화의 기로에 놓여있다. 결론은 품질표준화로 양질의 렌즈를 생산하는 것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렌즈기술수준이 상급은 된다고 자신한다. 다만 표준화된 규정이 없어 B급 렌즈가 유통되고 전체시장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입을 모은다. 안경렌즈업체 한 관계자는 렌즈의 품질향상과 소비자 안전을 위해서 제도적인 장치가 꼭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무테안경이 전체시장의 70%이상을 차지하다보니 안경렌즈의 중심두께가 점점 얇아지고 있다. 중심두께가 얇아지면 미관상 보기는 좋을지 모르지만 시야품질이 떨어지고 테에 낄 때 뒤틀림이 생길 수 있다. 또 쉽게 깨질 위험이 있지만 관련규정이 없어 소비자의 요구대로 얇게만 만들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또 “국내 안경렌즈 캐스팅이나 코팅기술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충분히 양질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지만 가격 경쟁력 등을 이유로 등한시되고 있다”면서 “코팅의 경우 10가지 공정을 거쳐야 한다면 2∼3가지는 빼먹는 식으로 생산원가를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품질표준화 규정을 만들고 싶어도 학문적 기초와 연구인력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안경광학분야가 뒤늦게 학문으로 자리잡은 우리 현실은 연구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안경광학 전문가 양성에 적극 투자하는 등 우수 인력 확보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품질표준 규격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업계 스스로의 자정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지난해 8월 출범한 한국안경렌즈협회가 품질기준소위원회를 구성하고 규격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제도적으로 품질규정이 마련된다면 우선 제품의 질이 향상되고 B급 제품의 덤핑사례가 근절됨으로써 가격은 상승할 것이다. 소비자 역시 양질의 렌즈를 착용함으로써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고 국제사회에서 ‘Made in Korea’의 경쟁력은 향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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