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시장의 10% B급으로 추산…안경사도 식별 어려워

경기도 부천에 사는 정성엽 씨는 부인과 함께 집근처 안경원에서 큰맘 먹고 고가의 선글라스를 구입했다. 얼굴에 맞게 선글라스를 조절하고 계산을 하기 위해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보던 정씨는 렌즈에 물방울이 맺혀 있는 듯한 얼룩 자국을 발견했다. 이물질이 묻었나 싶어 닦아보았지만 얼룩은 지지 않았다. 이런 일들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례다. 통상 ‘B급’이라고 지칭되는 불량렌즈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상품화 가치가 떨어지는 제품이다. 이런 B급 제품들은 싼값에 팔리거나 폐기처분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B급 제품이 도매단계에서 정품으로 둔갑해 팔리고 있다. 수년간 국내 안경렌즈업체에 몸담아온 한 중진관리자의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일본 업체관계자가 한국의 한 제조공장을 방문해 렌즈의 수율이 얼마나 되는지 물었더니 90∼95%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일본 관계자가 ‘대단하다. 우리는 60∼65%밖에 안된다’고 했답니다. 그 말을 뒤집어서 얘기하면, 당신들 품질관리 제대로 하고 있느냐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그는 또 “품질관리기준을 확립하고 함량이 미달되는 렌즈는 도공의 장인정신과 같은 마음으로 과감하게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렌즈제조협회 남상욱 회장은 “시중에 유통되는 B급 렌즈의 비율은 시장의 약10% 정도 추산된다”고 밝혔다. 렌즈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도 “B급 렌즈는 원칙적으로 모두 폐기처분해야 옳지만 그럴 경우 생산원가에도 못미치기 때문에 판매할 수밖에 없다”며 B급 렌즈의 유통을 인정했다. B급 렌즈로 분류되는 기준은 일반적으로 ▲렌즈 내부에 공기 방울인 ‘기포’ ▲코팅중에 생긴 동그란 모양의 코팅 흔적 ▲왜곡, 뒤틀림 현상 ▲중심부위 울림 현상 ▲규격에 부합하지 않는 중심 및 가장자리 두께 ▲도수 불량(0.25 단위로 끊어지지 않고 도수가 중간에 걸림) 등이다. 하지만 이런 ‘하자’는 안경원에서 식별가능한 것도 있지만 문제는 시중에서 유통되는 B급 렌즈의 대부분은 안경사들조차 구별해 내지 못하는 미세한 것들이다. 기포, 왜곡, 뒤틀림 등의 현상은 렌즈 도수에 맞는 빛의 굴절을 방해하므로 난시를 유발하여 심하면 두통, 메스꺼움, 충혈 등을 유발한다. 또한 B급 렌즈가 정상가의 절반이하로 덤핑 거래되면서 유통시장을 어지럽히고 건전한 렌즈업체들까지 피해를 입히고 있다. 품질관리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없고 지나치게 무분별한 가격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B급 렌즈의 유통은 필연이라고도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행태가 근절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소비자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국내 안경산업 전체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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