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면에서 제품간 큰차 없어…브랜드로 승부해야

브랜드는 기업의 무형자산이다. 똑같은 품질의 제품이라도 브랜드에 따라 가격은 달라진다. 즉 브랜드 인지도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제품의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치는 704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는 651억 달러로 세계 1, 2위에 꼽힌다. 우리는 이미 어떤 제품인가 보다는, 어느 기업의 제품인가가 고객들의 중요한 판단근거가 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안경업계 이야기를 해보자. 안경테 시장은 자본력을 앞세운 세계 명품들과 국내 토종기업간 브랜드 경쟁이 치열하다. 일반 소비자들도 브랜드명 서너 개쯤은 거뜬히 이야기할 수 있고, 누구나 하나쯤 갖고 싶어하는 브랜드도 있다. 반면 안경렌즈 시장은 아직도 브랜드에 대해 냉소적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업계 관계자의 대다수는“어차피 소비자는 안경사가 권유하는 대로 렌즈를 선택하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즉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브랜드 마케팅이 그다지 필요치 않다는 말이다. 이것이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 지난 3월 한국안경신문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안경 착용자의 80%가 안경사의 권유로 렌즈를 선택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93%는 자신이 착용하고 있는 브랜드명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 일부는 안경테의 브랜드를 렌즈 브랜드로 잘못 알고 있었다. 흔히들 안경의 생명은 렌즈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렌즈 브랜드화에 대해 눈 가리고 귀를 막고 있을 수만은 없다. 당장 코앞에 닥친 유통시장개방을 앞두고 경쟁력을 키우지 않으면 안된다. 사실 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안경렌즈업계는 경쟁제품들간에 품질의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바꿔 말하면, 렌즈의 기능면에서 자사의 제품을 경쟁제품들로부터 차별화 시키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방안으로 브랜드 마케팅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양질의 제품을 소비자에게 직접 홍보하고 소비자가 렌즈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된다면 유통과정에서 생기는 불미스러운 일 또한 상당부분 근절될 것이다. 안경렌즈의 브랜드 마케팅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몇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렌즈의 품질 규격화다. ‘봉투 갈아 끼우기’가 관행처럼 여겨지는 현실에서 안경원이 Q사 제품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유통업체에서 실제로 Q사 제품을 공급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이처럼 저가의 B급 렌즈가 유통과정에서 A급 렌즈로 둔갑하는 사례가 근절되지 않는 이상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다. 또하나는 브랜드가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갖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막대한 투자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국내 안경렌즈업계가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소규모 업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무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진광학 장진수 사장은 소규모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품목별 브랜드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소규모업체를 통합해 대량생산체제를 갖추고 공동브랜드, 공동판매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기업의 가치를 좌지우지하는 브랜드 파워는 날로 강화되고 있고, 소비자가 직접 렌즈를 선택하는 시기도 곧 올 것이다.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것만이 거대 자본을 앞세운 다국적 기업에 대항할 수 있는 절대적인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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