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공휴일 무시하는 안경원, 업계 위상 추락 ‘자업자득’

서울 금천구의 한 안경원에서 근무하는 김형근 안경사(가명·6년차)는 지난 추석연휴 내내 표정이 어두웠다.

대부분 철시하고 텅 빈 거리에서 안경원 불빛만 훤히 밝혀야 했다.

김 안경사는 추석을 하루 앞두고 퍼붓는 폭우에 ‘어차피 휴무를 했더라도 안경원에 나왔어야 했을 것’이란 위안 아닌 위안까지 했다고 털어놓았다.

많은 안경원들이 연휴기간 동안 1~2일 휴무를 가졌으나 김 안경사와 같이 추석 당일에도 문을 연 곳도 적지 않았다.

반면 안경원이 있는 중심상권의 거의 모든 사업자들은 추석 당일 일제히 철시했다.

심지어 24시간 배달 음식점 등 연중무휴를 내세운 사업자들도 추석 당일은 하루 종일 문을 닫았다.

안경원이 시력교정자들의 응급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연휴기간 내내 문을 여는 것도 아니다.

병·의원은 물론, 약국 등도 연휴기간은 일제히 문을 닫고 각 지역 의사·약사회가 당직 의원·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시민들도 이같은 내용을 알기에 응급환자의 경우 비용부담을 감수하면서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는다.

이런 가운데 문을 연 안경원들은 대부분 단 한 명의 고객도 받지 못하면서 텅 빈 공간을 지켜야 했다.

이들 안경원은 하루라도 문을 닫을 경우 매출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연휴기간 영업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인근 안경원과의 경쟁을 의식, 서로 눈치를 보다 함께 문을 여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도 나온다.

결국 남들 다 쉴 때 안경사끼리만 견제하느라 텅 빈 거리를 지킨 셈이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 안경원을 하루 종일 지켜야 하는 안경사들은 연휴가 끝난 뒤 심각한 후유증을 감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경원 원장보다 근무 안경사들이 이런 후유증을 더 많이 앓게 된다.

김 안경사는 “연휴가 끝나고 한산했던 거리가 다시 분주해지면서 허탈한 심정이 더해졌다”며 “긴 휴일 동안 명절 분위기를 만끽한 시민들이 활보하는 것을 지켜보면 직업에 대한 회의까지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안정적인 취업과 전문직이라는 매력에 이끌려 안경광학과에 진학했던 결정까지 후회스럽다고 덧붙였다.

안경사로서의 자긍심마저 땅에 떨어지는 듯한 자괴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매년 설 연휴와 추석 연휴 등 연례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대한안경사협회도 열악한 근무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휴일만큼은 모든 안경원이 쉬도록 하자는 지침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협회의 지침이 강제력이 없는데다 회원가입을 하지 않은 안경원도 있기 때문에 실효성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또 협회의 각 지부, 분회 차원에서 관할 지역 안경원의 법정휴일 준수를 강요할 수도 없다.

각 안경원은 영업활동의 자율권을 가진 개인사업자로서 타인으로부터 영업시간 제재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많은 안경사들이 추석과 같은 명절연휴 문을 여는 안경원을 지적하고 있으나 자율적인 동참을 이끌어 낼만한 특별한 방법이 없다.

명절 연휴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안경원이 일요일에도 문을 여는 실정이다. 휴일 매출이 평일보다 오히려 높다는 이유에서 대다수 안경원이 주말 휴일을 반납하고 있다.

서울의 한 안경사는 “일요일마다 안경원 문을 닫는다면 월 매출이 눈에 띄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매출 감소를 감수하면서 공휴일 문을 닫는 원장을 찾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체 안경원이 자율적인 규약을 만들어 법정 공휴일은 의무적으로 쉬게 된다면 전체 매출이 떨어질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토마토D&C 양회창 안경사업본부장은 “대다수 안경원들이 단기적 이익에만 급급해 발생하는 문제가 많다”며 “총량 불변의 원칙이라는 단순한 이론을 대입해 좀 더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경원 법정공휴일 준수와 명절 연휴기간 휴무도 어차피 안경제품이 필요한 사람은 고정돼 있다는 관점을 바탕으로 함께 지켜야 할 필요성이 높다.

인근 안경원이 쉬는 틈을 이용, 매출을 더 높이겠다는 생각은 결국 업계 전체의 피해를 불러올 뿐만 아니라 안경계의 사회적 위상도 떨어트리는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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