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안경산업 업그레이드로 신시장 개척

수년 전부터 국내 안경시장이 포화상태라는 말이 나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니 수년이 지났으니 더 악화됐을 것이다. 시장은 포화상태가 된지 오래인데 안경사는 매년 1000명 이상씩 늘어난다. 제조·유통업체도 증가세다. 결론적으로 시장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시장은 스스로 변화한다. 공급자가 도태하거나 시장 구조가 바뀌기도 한다. 이럴 때 먼저 스스로 변화하는 자가 승리하게 된다. 이미 포화상태인 안경시장의 변화를 미리 설계하고 새로운 벽돌을 쌓아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금까지와 다른 신시장을 만들어야 할 때다. 신시장 개척에 앞서 먼저 답을 내려야 할 질문이 있다. 안경산업은 첨단산업일까?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안경산업의 이미지는 선글라스나 안경테 광고, 그리고 어디서나 쉽게 눈에 띄는 안경원에서 나온다. 이를 보고 첨단산업을 연상하는 대중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첨단산업에 대해 IT를 기반으로 한 정보·통신 분야를 연상한다.

안경사 또한 국가면허를 취득한 보건의료인로 분류되지만 이를 알고 있는 대중도 많지 않다. 보건의료인은 인체의 한 영역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처방기술을 습득한 전문인이다. 이들이 다루는 수많은 기자재와 의료기기 등은 첨단기술에 의해 생산된다. 누구도 외과수술장비인 ‘다빈치’나 자기공명영상촬영기가 첨단장비라는 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그러나 안경원마다 갖춘 굴절검사장비를 첨단장비로 여기는 사람은 드물다. 쉽게 구입해 사용하는 콘택트렌즈에 어떤 첨단기술이 담겨있는지 생각하는 사람도 없다. 지난해부터 우리나라 안경렌즈 시장을 주도하는 프리폼렌즈가 얼마나 앞선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지는지 아는 대중은 더욱 찾기 어렵다.

안경시장 포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안경산업은 이미 크게 발전했는데 아직 대중의 인식은 ‘안경점’에서 쉽게 맞추는 공산품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안경사 또한 ‘안경점 아저씨’로 불려진다. 안경산업이 달라진 위상에 걸맞는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안경산업 업그레이드는 이러한 제자리 찾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여기에는 일선 안경사와 유통업체, 제조업체, 학계 등이 모두 동참한 공감대 확보가 필요하다. 일부 제조업체는 이미 첨단수준의 연구개발을 통해 신제품을 생산한다. 유통업체나 일부 안경원도 한걸음 앞선 시스템을 개발, 실무에 활용한다. 여러 안경사들 또한 새로운 지식과 선진 시스템 습득에 적극 나선다.

이같은 움직임을 업계 전체가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동참할 때 관련산업 업그레이드가 시작된다. 지난 1980년대 ‘첨단복합산업’이 새로운 산업분야로 주목받았다. 이는 각종의 첨단기술, 상품, 서비스, 경영 노하우(know-how)를 결합시킨 것을 말한다. 최근 안경산업을 규정하는데 가장 적합한 말이다. 안경산업은 이미 첨단복합산업의 길로 접어들었다. 상품, 서비스, 경영 노하우까지 포함해야 한다.

21세기 안경산업은 ‘첨단복합산업’

지난 2005년 삼성경제연구소는 ‘2015년 10대 선진국 진입 전략’을 주제로 대대적인 심포지엄을 열었다. 당시 발표된 ‘혁신주도형 성장기반 구축’이란 연구리포트에서 안경산업 업그레이드를 위한 해법을 읽을 수 있다.
리포트는 △역동적인 지식생태계 조성 △집중형 기술혁신 추구 △한국형 서비스산업 육성 등을 혁신주도형 성장기반 구축의 방법론으로 제시한다.

여기서 지식생태계 조성은 각 안경사 및 이들을 육성 배출하는 학계의 업그레이드에 응용할 수 있다. 두 번째인 집중형 기술혁신 추구는 제조업계에서, 마지막 한국형 서비스산업 육성은 안경원 등의 발전방안에 부합한다. 지식생태계라는 낯선 화두를 안경산업에 비추어 생각하면 토대가 더 명확해진다.

우리나라의 지식국력은 미국의 5.9%, 일본의 14%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한국교육학술정보원) 안경산업의 한 축을 이루는 검안학과 안경·콘택트렌즈 처방 등의 분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주기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해외 검안의들이 전하는 정보는 아직 우리에게 빨리 따라잡아야 할 선진 노하우로 남아있다.

생태계의 토양을 이루는 지식인력이 아직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쳐진다는 얘기다. 새로운 안경광학 및 관련 서비스에 대한 지식창출보다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기존자료 확보에 급급한 실정이다. 더욱이 학계의 연구성과를 시장에 접목하는 사례도 찾기 어려웠다. 이런 관점에서 다비치안경체인이 학계와 공동으로 검안법 매뉴얼 개발에 나서 실무까지 적용하는 사례는 눈여겨 볼만 하다.

기술혁신과 한국형 서비스산업 활성화

특정 산업의 기술경쟁력은 국내외 기술과 노하우, 자원을 통합해 제품화하는 역량을 말한다. 인터로조가 지난해 정부 연구기관과의 협력사업을 통해 새로운 콘택트렌즈 재질 ‘울트라 水’를 개발하고 ‘클라렌’ 브랜드로 제품화한 사례 등이 대표적인 기술경쟁력으로 꼽힌다.

이같은 기술경쟁력은 현재 역량과 발전성, 기술혁신환경 등의 요소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발전성은 투자수준과 네트워크를 통한 시너지 창출능력 등 잠재력을 포함한다. 투자수준은 지난해 코스닥 상장 직후부터 적극적인 재투자에 나선 인터로조를 제외한 많은 제조업체들에게 취약한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투자수준을 높이지 않고 산업수준을 업그레이드할 수는 없다. 관련 제조업체들의 각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한국형 서비스산업의 육성 또한 안경업계에 반드시 필요한 중점과제다. 특히 이미 타결돼 시행을 앞둔 한-미, 한-EU FTA 등 시장의 글로벌화와 개방시스템 가속화는 안경유통의 새 패러다임을 강요한다.

안경유통의 첨병 역할을 하는 안경원은 보건의료분야와 밀접, 안과 의료계와 항시적인 갈등을 겪고 있다. 최근 안과 의료계는 안경사 업무범위 넓히기를 극도로 경계한다. 그러나 최근 노안시장 확대와 프리폼렌즈 활성화, 토릭, 멀티포컬렌즈 도입 등 첨단 기능성 제품 출현 등으로 안경유통의 패러다임 변화가 불가피하다.

서비스산업 육성 차원의 안경업계 변화는 안경사 직무역량 강화와 안경원 운영시스템 선진화에 달려있다. 앞으로 본 캠페인은 이러한 세 가지 영역을 3부로 나눠 성공 안경원 만들기 해법을 차례로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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