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편해야 국민의 삶도 편해진다
정치권 반응에 대안협 잰걸음…기대 크지만 차분한 접근을
희망 고문. 작은 희망으로 인해 더 괴롭게 되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본지가 지난 3월 지령 1,000호 특집 좌담회에서 ‘안경 의료보험’을 화두로 던졌을 때만 해도 ‘안경 보험’은 그저 희망 고문에 불과했다.
특히, 대안협 관계자들의 반응이 그러했다. 본지가 전국 315곳의 안경원을 대상으로 긴급 서베이를 실시했던 이유다. 그리고 불과 반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 이제는 타 매체에서도 심심찮게 ‘안경 보험’이 등장한다.
결정적인 변화는 총선 불과 이틀 전 김윤 국회의원과 허봉현 협회장이 안경 보험이 포함된 정책협약을 체결한 이후부터다. 김윤 의원은 한국안경신문과의 인터뷰(본지 1008호)를 통해서도 안경 보험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리고 최근의 변화는 대안협이 주도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안경 보험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관계자들이 놀랄 만큼 달라지고 있다. 허봉현 협회장이 국회의원들과의 광폭 행보를 이어간 직후부터다.
“지난 대선 당시 전 집행부에서 안경 보험과 관련된 공약을 양당에 제출한 바 있다. 당시 공약에는 채택되지 않았지만, 그때부터 정치권에서도 안경 보험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 같다”라는 대안협 관계자는 “이번 국회 순방 당시 몇몇 인사들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아 협회로서도 상당히 고무된 상태”라고 설명한다.
즉, 전 집행부가 뿌린 씨앗이 현 집행부에서 하나둘 꽃피우고 있다는 소리. 그리고 가장 큰 열매는 차기 집행부가 거두게 될 터. 희망 고문이라는 오명은 벗었지만, 안경 보험이 실행되기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많아서다.
우선 조제수가 산정과 처방전 여부. 안경을 조제하는 데 필요한 노력과 이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을 객관화하는 작업은 안경 보험의 시작이자 마침표. 조금은 더 시간이 필요한 영역이다.
문제는 보험 청구를 위한 기본 전제 중 하나가 바로 의사의 처방전이라는 점. 이 때문에 안과의사들에게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하지만 외국의 검안사 제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안경 조제사와 검안사로 구분된 미국, 호주 등의 경우 안경 조제사는 1~2년의 과정을 거치지만, 검안사는 학부에서 3~4년 그리고 석사까지 마친 후에야 자격을 얻게 된다.
대안협에서 추진하고 있는 전문안경사 제도가 결국은 검안사 제도를 염두에 둔 포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안경사끼리 편 가르는 제도로 인식한다. 하지만 검안사 제도가 안경사와 안과의사 중 어느 쪽에 유리할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더욱이 이를 도입한다고 대한민국의 안경사가 하루아침에 안경 조제사로 격하될 리 만무하다. 그만큼 안경 보험 도입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제도가 바로 전문안경사다.
그리고 남은 과제가 유통구조. 이 역시 쉽지 않은 문제다. 하지만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의약품처럼 엄격한 통제와 관리가 병행될 전망이다. 안경테도 마찬가지. 보험이 되는 국가 대부분은 안경테를 의료기기로 분류한다.
그 외에도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그럼에도 안경 보험 도입을 강력히 요구하는 이유는 지긋지긋한 저가 경쟁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다.
각국의 사정에 따라 보험제도는 천차만별. 하지만 중요한 건 보험이 소비자들의 부담이 낮아진다는 점이다. 그만큼 안경 수요도 늘기 마련이다.
특히, 일 년에 1~2개는 안경을 새로 맞추는 정서가 보편화한다는 점. 시장이 급속히 팽창한다는 소리다. 그것도 근시 억제나 누진 다초점처럼 다양한 기능성 안경에 대한 문턱이 낮아지게 될 터다. 안경 보험의 긍정적인 효과는 더 있다.
국가 재정의 투입은 곧 규제와 간섭도 심해짐을 의미한다. 시장이 확대되는 속도보다 공급이 증가하는 속도가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는 소리다. 지금이야 안경사 면허가 있고 자금만 된다면 안경원을 개설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안경 렌즈나 안경테도 부족하면 수입량을 늘리면 된다. 정부의 간섭이 적어서다. 하지만 안경 보험이 도입되면 달라질지 모른다. 자국의 안경테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보험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프랑스. 대한민국도 여러 가지 셈법을 찾게 될 터다.
이게 다가 아니다. 하루 10시간 넘게 매장을 지키고 있는 안경사들. 그때가 되면 맘 편히 휴일을 누릴지 모른다. 정부의 간섭이 커질수록 안경사들의 요구도 들어줘야 할 터다.
여전히 안경 보험을 꿈 같은 소리. 희망 고문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국민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 지도자라면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그리고 그 해답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눈이 편해야 국민의 삶도 편해질 수 있다는 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