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안경을 써요
아주 까만 밤인데 말이죠
앞이 보이지 않아도 괜찮아요
나는 울고 싶을 뿐이죠
가수 태진아 아들로도 유명한 이루의 <까만 안경>은 2006년 10월 발매한 2집 수록곡 중 하나로 당시 대중의 큰 사랑을 받은 곡이다. 비교적 최근인 2021년에도 SNS 영상의 영향으로 재차 인기를 얻으며 소위 ‘역주행’에 성공, 리메이크곡으로 재발매 됐다. 2012년 인도네시아 영화 OST로 히트를 쳐 이루를 ‘한류스타’ 반열에 올린 노래이기도 하다.
노래 제목이자 가사의 첫 시작인 ‘까만 안경’은 선글라스를 가리킨다. 선글라스는 주로 검거나 어두운 색깔의 렌즈를 사용하는데, 눈을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하며 백내장, 각막염, 황반변성 등 안구 질환을 예방한다. 자외선은 흐린 날에도 지표면에 도달하기 때문에 날씨와 관계없이 낮이라면 언제든 착용하는 게 좋지만, 어두운 야간에는 아무래도 생뚱맞다. 가사에도 나오는 것처럼, 일반적인 선글라스는 밤에 사용하면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노래 속 주인공이 까만 밤 까만 선글라스를 낀 것은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내는 그 가슴 아픈 순간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리라. 동시에 슬픔과 눈물을 상대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선글라스는 자외선을 막는 것 외에도 낀 사람의 눈과 표정 등을 숨기는 목적으로도 자주 사용하는 물건이지 않은가. 특히 렌즈 표면에 금속 코팅을 한 ‘미러 선글라스’는 완벽한 은폐(?)가 가능하다.
그나저나 어째서 흔히 사용하는 ‘선글라스’ 대신 ‘까만 안경’이라는 단어를 쓴 걸까. 우리나라에서 선글라스는 안구 보호라는 실용적 측면만큼이나 멋내기용 패션 아이템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또 외래어의 세련된(?) 이미지가 전체적인 가사와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더 서정적인 국어 단어를 쓴 게 아닐까 싶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까만 안경의 피처링(featuring.다른 가수의 노래나 연주가의 연주에 참여하여 일부분을 맡아 도와주는 일)에 참여한 가수의 이름이 ‘데이라이트(Daylight)’라는 점이다. ‘햇빛’을 뜻하는 가수가 ‘까만 안경’의 히트에 힘을 보태고 스스로의 인지도 역시 쌓았다는 것이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