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이 내 집 같지 않아
난 현관 비밀번호를 까먹어
티비 옆에 뒀던 안경은
어느샌가 또 달아나
인디밴드 10cm(십센치)가 2021년 발표한 ‘The 3rd EP’ 수록곡. 쳇바퀴 같은 일상에 금세 증발해버린 하루 속 무기력한 화자의 심정이 절절하게 드러나는 가사다. 지친 눈을 비비며 아무렇게나 벗어둔 안경이, 다시 끼려고 하니 도통 보이지 않는 그 울고 싶은 상황에 공감하는 직장인이 적지 않으리라.
안경은 보관이 중요한 물건이다. 바닥에 떨어진 안경을 인지 못한 채 발로 밟으면 안경테가 부러지거나 렌즈가 깨질 수 있다. 혹은 다시 착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안경에 변형이 생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수능시험 당일 아침, 간밤에 아들이 거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벗어둔 안경을 밟은 아버지 덕분에(?) 안경테에 투명테이프를 칭칭 붙이던 아찔한 추억이 떠오른다.
이런 불상사를 예방하려면 안경은 안경집(안경 케이스)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안경클리너를 밑에 깔고 안경을 올려두면 된다.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하는 것도 팁. 사용하는 안경이 많다면 여러 개를 함께 둘 수 있는 안경 정리보관함을 사용하는 것도 괜찮다.
안경집도, 안경 정리보관함도 없어 노래 속 화자처럼 어쩔 수 없이 TV 선반에 올려두어야 한다면 최소한 안경다리가 바닥을 향하게 놓아야 한다. 렌즈 손상과 안경테 뒤틀림을 막기 위해서다. 또 귀찮더라도 안경을 쓰고 벗을 때 한 손이 아닌 두 손으로 양쪽 안경다리를 잡아야 안경테의 변형을 막을 수 있다.
1인 밴드 10cm의 유일한 멤버이자 이 노래 Condition의 노랫말을 작사한 권정열에게도 안경을 떼놓을 수 없는 물건이다. 안경이 잘 어울리는 연예인 중 하나로 꼽히며, 퍼블릭피컨, 나인어코드, 까르뱅, 아또르, 키바라시, 옐로우비 등 그가 착용한 다양한 아이웨어 업체 및 브랜드의 안경에 ‘권정열 안경’이라는 닉네임이 붙기도 했다.
최근 TV 인기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의 ‘안경좌 특집’ 게스트로 나선 “10cm 활동을 하면서 한 번도 안경을 벗은 적 없다. 죽어서 관에 들어갈 때도 안경을 쓸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또 10cm의 다른 노래인 <스토커>와 <소년>에서 각각 ‘안경 쓴 샌님’, ‘비뚤어지고 못생긴 그 안경은 다시 봐도 참 볼품없군요’라는 가사를 쓰며 배부른(?) 소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