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적 업무영역의 안경사, 의료기사법 아닌 ‘안경사법’이 옳다
지난 10월 17일 아산시 온양관광호텔에서 대한안경사협회 제22대 집행부 임원수련대회에 특강요청이 있어 다녀왔다. 대다수 임원이 안경사제도 이후 업계에 입문한 젊고 유능한 인재들로 바뀌어 있다. 참으로 기분 좋은 변화이다.
반면 업계의 역사성이나 제도상의 문제를 잘 모르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은 들었다. 필자 역시 현장의 실무를 떠난 지 오래되었고 요즘은 신협 업무에 매진하고 있어 소통에 다소 걱정은 되었다.
하지만 장기를 두는 사람보다 옆에서 훈수를 두는 사람이 더 잘 보이는 법이고 경기를 뛰는 선수보다 해설가의 이야기가 더 논리적일 수 있다.
특히 뼛속까지 박혀있는 안경사에 대한 애정과 협회에 책임 있던 한사람으로서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 유관단체와 활동하던 경험을 기초로 해서 정리해보았다.
외부에서 보는 안경사의 정의와 미래 비전을 주제로 강의한 내용을 경청했던 일부 임원들의 요청에 따라 <1. 안경사는 의료기사인가? 2. 안경사의 법적인 정의 3. 정관에 따른 임원의 자세 4. 안경사의 미래 비전 5. 안경사법 왜 필요한가>의 순서대로 기고하려고 한다.
먼저 안경사는 의료기사인가에 대해 알아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법적으로 의료기사법에 묶여있는 안경사는 의료기사인가? 하고 묻는다면 답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 35년간 안경사가 ‘왜’ 의료기사법에 포함되어 있는지 궁금해하거나 바꾸려 하는 안경사를 만나지 못했다. 만약 누군가에게 왜 안경사가 의료기사법에 묶여있는지 묻는다면 10명 중 8~9명은 필자가 싫어하는 법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고 답할 것 같다.
법은 사람이 만들고 잘못되었으면 바꿔야 한다. 그런데도 의사의 지도를 받지 않는 안경사가 의료기사법에 묶여있는 것을 당연한 것처럼 생각한다. 당연하다면 약사는 약사법이 있듯 안경사는 안경사법이 당연하다.
안경사의 인허가에 관련된 역사를 살펴보면 귀금속과 함께 안경을 취급하던 70년대 초기까지는 경찰서에 고물상허가를 받고 영업을 했고, 74년 안경인 협회가 결성된 이후에는 약사법 제42조 제1항에 따라 보건소에 신고했다.
그리고 89년 안경사 국가 면허 제도가 시행되면서 의료기사법에 포함되었다. 삶의 거주지로 비교한다면 전혀 맞지 않는 공동주택으로 이사한 셈이다.
이처럼 공동의 주택을 사용하는 단체는 <임상병리, 물리치료사, 방사선사, 작업치료사, 치과기공사, 치과위생사> 6개이고 <안경사와 보건의료정보관리사> 2개 단체는 의료기사 등에 포함되어 있다. 전혀 환경이 맞지 않는 8가구가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것이다.
안경사는 의료기사가 아니라는 더 정확한 답은 의료기사의 정의를 살펴보면 바로 나온다. 의료기사의 정의는 “의료기사”란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 진료나 의화학적(醫化學的) 검사에 종사하는 사람을 말한다.
내용을 해석하면 마치 집주인의 지도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전셋집에 입주한 것과 다름없다. 중요한 것은 의료기사는 독자적 진단을 할 수 없다. 그러니 의료기사와 함께 동거하는 안경사가 아무리 독립적인 업무를 하더라도 검사료를 포함한 행위별 수가를 받을 수 없고 의사의 지도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안경사가 의료기사법에 묶여있으면 안 되는 이유다.
또 다른 의료기사 단체가 독립적인 업무를 하려고 해도 되지 않는 것은 “의사의 지도”를 받아야 하는 의료기사의 정의 때문이다.
우리 모두 깊이 생각해보자, 실내‧외 디자인을 아무리 잘 꾸미려 해도 건물주의 허락이 없이는 되지 않는다. 독립적 업무를 하는 안경사는 의료기사법이 아니라 약사법처럼 안경사법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