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안경 시대를 함께 개척할 파트너 안경원을 찾고 있습니다”
생활 속에서 안경으로 AI 쉽게 활용… 가격 허들도 낮출 것
생각보다 세상이 참 빠르게 흘러간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스마트안경은 그저 먼 나라 이야기였다. 그런데 국내에서 스마트안경을 개발한 기업의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것도 스마트안경을 판매할 파트너 안경원과 하드웨어를 함께 디자인할 아이웨어 기업을 찾고 있다는 소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깨달았다. 대한민국 안경원과 안경업계의 가치를. 메타와 애플 등 소위 빅테크 기업들과의 전쟁에서 시어스랩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경쟁력이 바로 우리 자신임을 말이다.
대한민국은 신기술의 테스트 베드다. 대한민국 소비자는 새로운 기술과 제품에 대해 그 누구보다 뛰어난 판별력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스마트안경이 그 시험대에 오를 차례다. 대한민국 안경사의 손을 거쳐서 말이다.
Q. 시어스랩에서 출시한 에이아이눈(AInoon)은 어떤 제품인가?
A. 제가 삼성전자와 SK텔레콤 출신입니다. 그래서 AI 기술을 디바이스와 접목하는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게 바로 ‘AInoon’입니다.
2년 정도 굴지의 전자기업인 L사와 AR (증강현실) 글래스를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L사가 관련 사업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AR글래스는 앞으로 5년 정도는 더 걸리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우선 AR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면 단가가 5배 이상 상승하게 됩니다. 여기에 배터리 소모량도 커지고, 사용할 콘텐츠도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AR 분야에 강점이 있음에도 과감히 AR 디스플레이 기능을 없애고 일반 안경처럼 일상에서 쓰고 다닐 수 있는 AI 기능에 집중하게 됐습니다.
사실 저희가 이 제품을 출시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레이벤 메타와 뭐가 다르냐?”입니다. 사실 형태는 비슷합니다.
하지만 출발점이 다릅니다. 메타는 SNS 회사이다 보니 컨텐츠를 쉽게 제작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거기에 AI가 접목된 형태입니다. 반대로 저희는 AI 기능을 사람들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안경을 택한 경우입니다.
Q. 레이벤 메타와 차별화되는 AInoon만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A. 저희가 메타 같은 거대 기업들과 경쟁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얼리 어답터를 대상으로 한 고가의 제품들을 선보인다면, 저희는 누구나 생활 속에서 AI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가격 허들을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전자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고 하이엔드 안경, 그러니까 안경을 조금 더 스마트하게 만드는 회사라고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지난 12월에 주주분들과 투자자분들을 모시고 콘셉트 발표를 진행했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저희가 출시한 1세대 제품은 보신 것처럼 일반 안경과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차이라고 하면 안경테 안에 카메라와 구동 중임을 알리는 LED, 스피커와 마이크, 배터리 정도만 추가된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안경을 쓰고 AI와 대화를 하거나 음악을 듣고, 착용자가 보는 사물과 환경에 대한 AI의 조언을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AInoon은 스마트폰과 연동된 하나의 액세서리입니다. 저희는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LLM(대규모 언어 모델)을 개발하거나 고가의 칩을 탑재하지도 않았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가격 허들을 낮추기 위해 스마트폰과 연동하는 최소의 기능만 탑재하고 LLM은 원하는 모델을 소비자가 선택해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메타처럼 자사의 LLM만 사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안경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안경테 제조사와 협업을 통해 제품군을 확장해 나갈 생각입니다.
저희가 개발하는 SDK(Software Development Kit)와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제공해 실력 있는 아이웨어 기업에서 저희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스마트안경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하드웨어 회사가 아닌 소프트웨어 콘텐츠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그저 인공지능이 다양한 아이웨어에서 원활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플랫폼으로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스마트안경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시장에서 골리앗만 이기는 게 아닙니다.
저희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다윗도 개방형 플랫폼을 바탕으로 안경테 디자인을 잘하시는 분들과 협업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AInoon은 말씀하신 대로 안경이 본질입니다. 그만큼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안경원과 안경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대표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A. 네 맞습니다. 저희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전달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존재가 바로 안경사분들입니다. 그래서 우선 안경 프랜차이즈와의 협력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지금은 예약 판매 기간이라 초기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지만, 이후에는 정상가를 고수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안경사분들의 적정 이윤도 보장할 계획입니다.
이 부분을 말씀드리기 위해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하드웨어 판매로 인한 수익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가 구독 모델입니다. 현재 다양한 인공지능 서비스들이 월정료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저희는 6개월 정도 무료로 해당 서비스를 제공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인공지능서비스는 필요 없이 사진 촬영이나 음악감상 등 무료기능만 원하는 소비자는 구독료 없이 사용하도록 하고, 구독료를 지불하는 소비자를 통해서는 추가 수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명함 인식이나 음성 캐디처럼 다양한 유료 콘텐츠를 추가해 나갈 계획입니다.
즉, 스마트안경을 판매해서 얻는 당장의 수익보다 사용자들이 많아지면 얻을 수 있는 안정적인 수익구조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안경원과의 협업이 가능하고 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Q. 향후 개발 로드맵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A. 이번에 선보인 1세대 제품은 7~8월에 소비자가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사실 하드웨어 제조사가 아니다 보니 CS 조직도 약하고, 유통망도 부족한 실정입니다.
그래서 경쟁력 있는 안경 체인과의 협력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기획 중인 2세대 제품부터는 통신사와의 협업이 강화될 예정입니다.
구독료 모델이기 때문에, 통신사와 협력해 스마트폰과 함께 판매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판매된 제품도 안경렌즈는 결국, 안경원에서 맞춰야 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게 3세대 모델입니다. 이때에는 어떤 식으로라도 AR 기능을 추가할 생각입니다. 스마트폰처럼 선명한 영상은 아닐지 몰라도, 발표할 때 사용하는 프롬프트 정도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B2C가 아닌 B2B용으로 비행기 정비같이 복잡한 작업을 돕는 역할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기술발전의 속도가 빠른 만큼, 혼자서는 갈 수 없는 길입니다. 앞으로의 여정을 함께 할 파트너의 동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