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절검사 명시 법안, 국민 눈 건강 위해 의협은 반대?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 다 버리고 문자만 보내는 꼴

「정부가 병원 이외의 장소에서 스마트폰의 사용을 금지했다. 국민 눈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단, 국민 편의를 위해 의사의 지휘 감독을 받지 않을 때도 전화통화와 문자 발송은 허용하기로 했다」 

이런 일이 가능할까?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보건복지부에서는 35년째 진행 중이다. 의료행위라는 이유로 안경사는 타각적 굴절검사 중 자동굴절검사기만 사용할 수 있어서다.

강산이 3번이나 바뀌는 동안 당시에는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다양한 기능성 렌즈가 등장했고, 광학기기도 발전을 거듭했다. 하지만 안경사는 자율주행차가 활보하는 시기에 자동변속기는커녕, 수동기어조차도 사용에 제한을 받고 있다. 

안경사가 의료행위인 타각적 굴절검사를 하면 국민 눈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자동굴절검사는 되고 다른 건 안 되는 기준조차 없다. 그저 전화와 문자를 사용하게 해줬는데, 뭘 더 바라냐는 반응만 35년째다. 

이로 인해 안경원에서 사용하는 ARK(자동굴절 곡률검사) 장비도 엄밀히 말하면 불법이다. 법이 정한 자동굴절은 AR(Auto Refractor)을 뜻하며, ARK는 Keratometer(각막 곡률 검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ARK를 문제 삼지 못하는 이유는 AR만 가능한 장비를 찾기 어려워서다. 화면이 반으로 접히는 세상에 전화통화만 가능한 제품을 따로 만들 이유가 없어서다. 

특히, 콘택트렌즈는 굴절력이 같더라도 각막 곡률에 따라 다른 도수의 처방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의 규정대로라면 소비자들은 시력에 맞지 않은 렌즈를 추천받게 될 터다.

여기에 다초점, 근시 억제, 편광, 프리즘 등 다양한 기능성 렌즈들은 문제가 심각하다. 아무리 다초점 렌즈가 좋아도 누구에게나 효과적인 건 아니기 때문이다.

수차가 높은 경우 빛 번짐이 심해 어지러움 등의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 다초점보다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게 나을 수 있다. 그러나 수차분석기나 근시 억제 렌즈에 필요한 안축장 측정 장비는 사용할 수 없는 게 현재의 규정이다.

35년째 바뀌지 않는 규정 하나가 국민의 눈 건강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안경사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남인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기사법 개정안(안경사 업무 범위에 굴절검사 등 명시)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반대’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

의원실 관계자를 통해 확보한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의 눈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타각적 굴절검사까지도 안경사의 업무 범위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으며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할 우려가 있음’이 반대 사유다.

악영향이라고는 표현하지 않았으니 일면 맞는 말이다. 시야가 선명해지고, 편안해질수록 삶의 질 역시 개선될 터이니 말이다. 단, 안경사들의 역량이 강화될수록 누군가의 역할은 축소될 수 있다. 반대하는 걸 탓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가장 큰 문제는 복지부의 태도다. 의사들은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이 눈 건강에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낼 수 있다. 그렇다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스마트폰의 사용을 제한하지는 않는다.

이해충돌이 발생할 때 국민에게 더 나은 방향으로 조정해나가는 게 정부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복지부의 답변은 개탄스럽다.

같은 보고서에서 보건복지부의 의견은 ‘신중 검토’ 사실상 반대의견이다. 더욱이 ‘타 직역과의 형평성 및 법체계 정합성’을 거론하며 ‘안경사에 허용되지 않는 굴절검사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 해석될 여지가 있음’을 지적했다.

법 개정에 신중해야 한다면,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하지만 복지부의 의견은 그저 ‘의사님들께서 반대하시니, 복지부는 어쩔 수 없음’과 다르지 않다. 

이에 대해 경기도의 한 원장은 “더 좋은 장비로 정밀하게 검안하고 더 최적화된 안경을 맞춰주는 걸 반대할 국민이 어디 있겠나?”라고 반문하며 “다양한 장비들이 많은데 아직도 구닥다리 장비만 쓰냐고 묻는 고객에게 법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도 지겨울 따름”이라고 토로한다. 

온종일 착용하는 안경은 조금만 잘못돼도 불편함이 배가 된다. 특히, 예민한 이들은 두통과 불면증을 호소한다. 이런 이들에게 더 나은 방법이 있음에도 제한된 규정을 탓하며 자동굴절검사만 시행하기란 안보건 전문가로서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대학에서 정식으로 교육을 받고, 국가면허 시험에도 출제된 내용이다. 안경사들이 그 오랜 세월 ‘안경 처방을 위한 굴절검사’에 대한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구해 온 까닭이다. 그리고 그 시간이 무려 35년이다. 

의사들이 반대하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그 이유가 ‘국민 눈 건강’을 위해서라는 건 가당치 않다. 복지부도 마찬가지다.

국민은 똑똑이 지켜봤다. 의대 정원 문제로 얼마나 무기력하게 굴복하는지. 다만, 조금이라도 진전된 대안을 기대할 따름이다. 정책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라도 품어볼 수 있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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