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정신보다 고객 만족이 먼저… 다비치의 길은 안경업계의 미래”
“고객 중심 경영이 곧 안경사의 새로운 경쟁력”
안경 산업의 변화가 거세다. 시력 검사 자동화, AI 진료 시스템, 로봇 수술 등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전통적인 ‘장인정신’만으로는 시장의 요구를 충족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이 변화의 한가운데서 다비치안경체인의 김흥수 대표는 “이제는 전통적 형식인 장인의 기준보다는 고객 만족이 우선되는 시대”라며 “안경사는 기능인이 아닌 전문가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객이 만족해야 안경사가 성장한다”
Q. 안경산업은 오랫동안 ‘장인정신’과 ‘전문성’을 핵심 가치로 삼아왔습니다.
A. 과거에는 기술력과 장인정신이 안경사의 자부심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검사 장비는 정밀해졌고, 인공지능이 진단을 돕습니다. 이런 시대에 단순히 ‘기술만 잘하는 안경사’로는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이제는 고객의 경험이 평가의 기준입니다. 결국 고객이 만족해야 매장도 성장하고, 업계도 발전합니다. 고객이 진정으로 편안함을 느끼는 서비스, 그것이 다비치가 지향하는 핵심 가치입니다.
“내부의 성장통, 그 자체가 경쟁력의 증거”
Q. 다비치가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성장통도 적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A. 급성장은 늘 성장통을 동반합니다. 다비치는 2003년 법인 설립 이후 22년간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매출, 가맹점 수, 조직 규모 모두 커졌죠. 이 과정에서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하거나 직원들의 업무 강도가 높아지는 시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직원이 힘들면 고객은 편하고, 고객이 힘들면 직원은 편하게 됩니다. 우리는 고객이 편한 회사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쌓이는 경험과 노하우가 결국 업계 최고의 경쟁력으로 이어집니다. 지금의 성장통은 더 큰 성장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봅니다.
조직이 커지면서 그 감정이 약해진 면도 있지만, 여전히 다비치다움은 살아 있습니다. 우리 가맹점 점주 대부분은 ‘사관생도’ 출신입니다. 현장에서 고객을 응대하며 실무를 익히고, 원장과 팀장을 거쳐 점주가 된 분들이죠.
그들은 지금도 “나는 다비치다. 다비치가 아니면 안경을 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이런 자부심이 곧 다비치의 정체성이고, 우리가 ‘고객 중심’을 흔들림 없이 유지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가격 정책은 통제가 아니라 고객과의 약속”
Q. 다비치의 가격 정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합니다.
A. 다비치의 가격 정책은 고객 조사에서 출발했습니다. 전국 8개 광역시 고객을 대상으로 리서치를 진행했더니, 절반 이상이 “누진렌즈는 20만 원 이하였으면 좋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래서 본부가 정한 것이 아니라 고객이 정한 기준을 ‘권장 기준’으로 삼은 겁니다.
이건 강제가 아니라 약속입니다. 고객이 원한 가격대에서 최상의 품질을 제공하자는 취지죠.
가맹점이 이를 벗어날 때는 제재가 아닌 토론으로 해결합니다. 무엇보다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가격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1만 원대부터 9만 원대까지 다양한 가격대를 구성해, 누구나 형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가격의 평등’은 다비치가 고객 만족을 실천하는 또 하나의 방식입니다.
“현장의 편차는 있지만, 방향은 하나다”
Q. 현장에서 본사의 정책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A. 전국 317개의 매장이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습니다. 지역과 고객층, 점주의 경험이 다르니까요. 하지만 본부는 지속적으로 현장을 모니터링하며 문제를 개선하고 있습니다.
전산만 맞추는 ‘형식적 운영’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실제 고객을 속이거나 규정을 위반한 사례가 확인되면, 가맹 해지까지 고려합니다. 다비치는 단속보다 ‘공감’을 우선으로 하는 조직입니다. 지속적인 워크숍과 토론회를 통해 본부와 매장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MZ세대의 사고와 다르지만, 그들이 새로운 다비치를 만든다”
Q. MZ세대 구성원들과의 세대 차이도 있을 것 같습니다.
A. 요즘 젊은 세대는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반면 다비치는 고객을 위해 한 걸음 더 가야 한다는 문화를 가지고 있죠. 이 두 가치가 충돌할 때 어려움이 생깁니다.
하지만 저는 MZ세대가 다비치의 또 다른 성장을 이끌 주역이라고 봅니다. 그들의 창의성과 감수성이 기존 체계와 만나면 새로운 ‘다비치다움’이 탄생합니다. 세대가 다르다고 갈등으로 볼 것이 아니라, 혁신의 기회로 봐야 합니다.
“1등의 외로움보다 더 큰 것은 책임감이다”
김 대표는 “다비치는 전국 1만 2천여 안경원 중 317개의 매장만을 운영하지만, 업계 전체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1등은 늘 외롭고 힘듭니다. 그러나 선도자의 자리는 그만큼의 책임이 따릅니다. 다비치가 먼저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고, 고객 중심 문화를 확립해야 업계 전체가 성장합니다. 그게 우리의 역할입니다.”
“안경사는 기능인이 아니라 창조자다”
Q. 앞으로 안경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이제 안경사는 단순한 기술자가 아닙니다. AI, XR, VR 등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지금, 안경사는 고객의 시야를 교정하는 전문가이자 ‘삶의 질’을 디자인하는 창조자가 되어야 합니다. 장인정신은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기술력에 창의성을 더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래야 안경업계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습니다.
다비치는 누구보다 먼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그 도전이 업계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결국 “고객이 만족하면 시장은 따라온다”는 믿음이 다비치의 모든 혁신의 출발점입니다.
“함께 가야 길이 된다”
김 대표는 인터뷰를 마치며 “다비치의 목표는 단독 성장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안경업계는 하나의 생태계입니다. 경쟁보다는 공존, 견제보다는 협력이 필요합니다. 다비치의 철학은 고집이 아니라 경청입니다. 우리는 늘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그 안에서 성장의 해답을 찾습니다. 함께 가는 길이 결국 더 멀리 가는 길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