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병선 교수(대구가톨릭대학교 안경광학과)
하이드로겔 소재와 실리콘하이드로겔 소재의 상호 보완
실리콘 하이드로겔 렌즈가 도입된 지 25년 이상의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임상에서 눈건강적인 측면에서 선호하는 소재가 되었으며, 다양한 용도의 렌즈가 실리콘 하이드로겔 소재로 만들어지면서 안경사의 처방의 입지도 넓어지고 있다.
반세기 이상 콘택트렌즈의 주요 소재로 사용되었던 하이드로겔 렌즈가 결정적인 결점이 있는 것은 아니며, 여전히 많은 소비자에게 피팅되고 있으며, 임상적으로도 안정적인 성능을 보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는 하이드로겔 소재와 실리콘 하이드로겔 소재가 각자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에 적합한 소비자가 존재한다는 의미이며, 실리콘 하이드로겔 소재가 기존의 하이드로겔 소재를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라, 보완한다는 시각이 올바르다. 따라서 콘택트렌즈를 처방하는 입장에서 착용자의 굴절상태, 착용습관 등을 고려한 다음과 같은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 고도근시, 장시간 착용, 착용 중 낮잠 : 각막에 전달되는 산소가 부족할 수 있는 경우로, 산소투과율이 높은 실리콘 하이드로겔 렌즈가 우선 선택되어야 하며, 추가적으로 일회용 렌즈가 권장됨
- 건성안, 각막 민감도가 높은 경우 : 탄성계수가 낮은 실리콘 하이드로겔 렌즈가 우선시 되며,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는 고함수율의 하이드로겔 렌즈도 고려
- 착용 준수사항에 대한 순응도가 낮은 경우 : 관리가 필요 없고, 감염이나 침전 리스크가 적은 일회용 렌즈 권장
- 가성비 중심 및 단시간 착용을 하는 경우 : 구매가격에 대해 민감한 경우, 하이드로겔 렌즈가 여전히 합리적 선택이 될 수 있음
실리콘 하이드로겔 소재를 대체할 다음 소재는 무엇?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실리콘 하이드로겔 렌즈가 나오게된 배경은 산소투과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실리콘소재가 아닌 다른 물질로 산소투과율을 높일 수 있다면 실리콘 소재만이 답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럼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소재는 무엇일까?
연구 실험적으로 비실리콘 하이드로겔 소재를 통해 Dk를 높이는 연구가 보고된 바 있으나(2024), 이 연구에서는 DMAA와 CHMA 혼합을 통해 임상적으로 적합한 특성의 렌즈 소재가 되는지에 대한 평가를 진행했는데, 혼합 샘플의 종류에 따라 Dk가 약 30~70정도의 수치를 보였으며, 높은 함수율, 접촉각, 투과율이 양호한 수준을 보인다고 보고되었다. 하지만 현재 상용화되어 있는 실리콘 하이드로겔 수준의 안정성을 대체하기에는 매우 초기적인 단계라 할 수 있다.
또한 나노/복합재 하이드로겔 혼합을 통해 기체 확산 경로를 확대하여, 하이드로겔의 Dk를 유의미하게 향상시킨 연구도 있으나(2020), 이는 아직 개념 검증 단계의 연구이다. 따라서 안정적으로 상용화되어 있는 실리콘 하이드로겔 소재를 대체하는 것은 실험실 수준의 실험, 혹은 개념적인 정도에 그치고 있고, 높은 Dk를 안정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소재는 아직까지는 매우 드물다고 할 수 있다.
실리콘 하이드로겔 소재의 적용 분야의 확대
최초의 실리콘 하이드로겔 렌즈가 출시된 직후, 시장의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높은 탄성계수로 인해, 초기 착용감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2004년 Galyfilcon A로 만든 실리콘 하이드로겔 렌즈가 출시되면서, 시장 점유율이 서서히 상승하게 된다. 이 렌즈는 Dk/t = 86 ×10⁻⁹ 으로 최초의 두 렌즈에 비해서 산소투과율이 낮지만, 탄성계수를 낮추어 초기 착용감의 문제를 개선하게 된다.
이후 실리콘 하이드로겔 렌즈의 처방비율이 꾸준히 상승하였으며, 2024년 기준으로 세계적으로 처방되는 소프트콘택트렌즈 중 거의 75%가 실리콘 하이드로겔 재질로 처방되고 있다.
대부분의 제조사에서 실리콘 소재의 렌즈는 산소투과율에 대한 성능은 이미 상향 평준화되어, 저산소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매우 적다. 반면 많은 소비자들이 대부분은 시간을 디지털기기와 보내고 있고, 이로 인한 건조함으로 인한 착용감 저하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편안함의 목표 달성을 위한 방법으로 렌즈 표면의 혁신, 추가적인 코팅을 통해 안구 표면과 렌즈와의 마찰 최소화, 침전물 및 바이오필름 억제에 혁신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실리콘 하이드로겔 소재의 렌즈는 단순한 시력교정에서 벗어나, 근시 억제용 렌즈, 스마트 헬스 모니터링 렌즈, 친환경 소재 렌즈 등 다양한 기능성 제품으로 확장되고 있다. 렌즈의 미래는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건강하게 바라보는 것’으로 그리고 ‘기능적’으로 적용 분야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업계에서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주제는 근시억제인데, 현재까지 근시억제용 소프트콘택트렌즈로 FDA승인을 받은 유일한 렌즈는 HEMA재질의 일회용 콘택트렌즈로 Dk/t = 25, 함수율 60%로 되어있다.
이 렌즈는 하루 최소 10시간, 주 6일 이상의 착용을 권장하고 있으며, 실제 임상연구에서 참여자들의 착용 시간은 평일 기준 약 13시간, 주말 기준 약 12시간 정도 착용을 하였고, 착용 일수도 주 6.5일 수준이었다. 물론 착용 권장 시간을 넘는 착용이 있었음에도 중대한 콘택트렌즈 관련 이상반응(각막 감염 등)은 보고된 바가 없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착용하고, 장기적인 콘택트렌즈 착용이 예상되는 만큼, 예방적 차원에서라도 각막 건강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컬러렌즈는 청소년 위주의 착용자들이 건강 측면보다는 미용적인 목적으로 많은 착용이 이루어지면서, 시력 교정과 안구 건강적인 측면의 중요성이 투명렌즈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시 되었던 부분이다.
미용적 측면이 강조되면서 그로 인한 산소전달이 감소되는 부분을 간과하는 측면도 있다. 실리콘 하이드로겔 소재의 컬러렌즈 적용은 소재 자체의 렌즈 내 색소층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제한적인 산소이동을, 소재 자체의 높은 산소투과율로 보완 가능하게 된다.
또한 장시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에게도 편안한 착용감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한다.
따라서 안구 건강을 보장하고, 미용적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방안으로 실리콘 하이드로겔 소재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으며, 동시에 안경사 입장에서도 시력 교정과 더불어 추가적인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선택권이 생기는 것이다.
착용자에 대한 건강 캠페인
착용자의 요구와 기술적 발전을 통해 2세대, 3세대의 실리콘 하이드로겔 렌즈가 만들어지면서, 착용감 향상과 본연의 목적이었던 각막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산소 공급 문제를 해결했지만, 여전히 감염, 렌즈 관리용액과의 적합성, 그 밖의 콘택트렌즈 관련 문제들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실리콘 하이드로겔 시대에 나타난 일부 문제들은 착용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들에 대한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일회용 렌즈(daily disposable)의 경우 실제로는 모든 사용자가 매일 교체하지 않으며, 약 10%의 착용자는 권장 주기를 지키지 않는다.
또한 렌즈를 착용한 채로 수영하거나 샤워하는 행위는 여전히 감염의 위험 요인으로 남아 있다. 따라서 적절한 사용 지침 제공과 정기적인 환자 추적관리가 장기적이고 문제 없는 콘택트렌즈 착용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실리콘 하이드로겔 콘택트렌즈의 핵심
▣ 콘택트렌즈 역사에서 실리콘 하이드로겔의 등장은 소재 교체가 아니라, 기존 하이드로겔 렌즈를 보완하는 것으로 안구 생리학적 환경을 바꾼 혁명으로, 각막부종 감소, 신생혈관 발생률 감소, 장시간 착용의 안전성 등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옴
▣ 산소투과율에 관하여, 상향 평준화되어 있으며, 향후에는 렌즈의 표면에 따른 편안하고 오래 착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 침전물 형성이 억제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리고 굴절이상 교정 분야가 아닌, 기능성 렌즈 분야에서의 적용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
▣ 실리콘 하이드로겔 소재의 컬러렌즈 적용은 미용, 안구 건강, 편안함을 달성할 수 있는 소재임